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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승급 전을 치러보겠다는 야망은 어느 순간 ‘죽지나 말자’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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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칠? 그게 뭐야. 나도 할래.” ‘오버워치’를 ‘오공칠’이라고 할 만큼 게임을 모르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피시(PC)방을 가 본 학생 기자가 있다. 이런 학생 기자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된 피시방의 변화를 경험해 보았다. 현실 ‘겜알못(게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피시방은 어떤 곳일까?

 

|‘겜알못’의 8시간 PC방 체험기

겜알못, 피시방에 가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취재 가는 날 마침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우산을 써도 옷이 젖을 만큼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게임 중 멀미할 수 있으니, 물은 필수. 혹시 추울 수 있기에 긴 소매 옷도 필수. 혹시 게임 중 휴대 전화가 꺼질 수도 있으니 충전기도 필수. 혹시, 혹시, 혹시…고작 피시방에 가는데 내내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오버워치’ 게임 중 연속 11킬을 당해 반쯤 얼이 빠졌다.

오후 4시 반 드디어 미지의 ‘던전(Dungeon·게임 용어로 몬스터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소굴)’에 입성했다(피시방은 학생 기자에게 던전과도 같았다). 내부는 여전히 어두웠지만, 담배 냄새는 나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직원이 직접 컴퓨터에 시간을 충전해 줬는데, 이제는 기계로 충전하는 방식이었다. 기계에 만원을 넣고 9시간을 충전했다. 컴퓨터 앞에 앉으니 의자가 기대 이상으로 편했다. 특히 목까지 받쳐 줘 12시간씩 앉아 있어도 엉덩이와 허리는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핸드폰 충전기를 챙겼지만, 책상 옆을 보니 충전 케이블이 구비돼 있었다. 게임 도중 ‘휴대 전화 배터리가 없으니 집에 가야 하나’와 같은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는 배려 같았다.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컴퓨터를 켜기 위해 한참 전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컴퓨터 전원이 본체에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함께 간 동료 학생 기자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켜면서 ‘8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왜 피시방의 조명은 어두운 것일까?’, ‘다 같이 스피커로 소리를 들으면 음향이 섞여 과연 게임에 집중이 될까?’, ‘배고프면 어떡하지?’와 같은 수많은 물음이 생겨났다.


영웅은 죽지 않는다면서요


어떤 게임을 할지 훑어보았다. 먼저, FPS(First-person Shooter·1인칭 슈팅 게임) 종류 중 학생 기자가 ‘오공칠’로 착각했던 오버워치를 선택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로부터 ‘그래픽이 깨져서’, ‘그래픽이 별로여서’ ‘게임은 그래픽이지!’ 등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직접 게임을 해 보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게임에 갓 눈뜬 학생 기자가 느끼기에도 그래픽은 중요했다. 시선을 위로 올리니 하늘이 보였고, 총을 맞으니 정말 아픈 것 같았다. 한 번은 실수로 벚나무를 쐈는데 벚꽃 꽃잎이 떨어졌다. 가을에 벚꽃 놀이를 온 기분이었다.


‘오버워치’ 게임의 하나무라 맵이다. 총을 쏘자 벚꽃 잎이 떨어졌다. 가을에 벚꽃 놀이를 한 기분이었다.


게임에는 다양한 영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메르시’를 선택했다. 곧 죽을 위기의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전방으로 나가야 하는데, 나가기만 하면 죽었다. 딴에는 도망치기 위해 전진키를 빠른 속도로 눌렀지만, 소용 없었다. 움직였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허무하게 죽임 당했다. 옆에서 동료 학생 기자가 보고 있다가 “그냥 가만히 있다가 죽었네”라며 핀잔을 줬다. 총에 맞아서, 이상한 기계가 폭발해서, 도망치다 차에 치여서, 높은 곳에서 착지하다 떨어져, 죽었다. ‘영웅’도 차에 치이면 죽는 존재임을 알게 됐다. 게임을 하기 전 오늘 중으로 승급 전을 치러 보겠다는 야망은 어느 순간 ‘죽지나 말자’로 변해 있었다.


6시가 지나니 동료 학생 기자가 밥을 먹자고 했다. 순간, ‘뭘? 어디서?’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피시방에서 라면, 분식, 밥, 즉석 식품, 음료 등 총 30가지 종류의 음식을 시킬 수 있었다. 컴퓨터로 떡볶이와 복숭아 음료를 주문했다. 한참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음식이 나와 돈을 건넬 수 없어 ‘어, 어’ 거리며 당황하고 있는 사이 직원은 책상 위에 돈을 가져가고 빠르게 잔돈을 거슬러 줬다. 피시방 문화의 일종이었다.


흡사 식당 주방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피시방 한 켠의 풍경이다. 이 공간 뒤로는 몇 백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게임을 하다가 소위 말하는 ‘정치질’도 당했다. ‘진짜 더럽게 못하네.’ 초보자 코스로 인공지능과 싸우며 죽지 않기 위해 애쓰는 도중 모니터 좌측 파란색 글씨로 무엇인가 계속 메시지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는데 어떻게 채팅을 칠 여유가 되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나를 겨냥한 말이었다. 팀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지는 상황이 누구 하나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 기자를 욕한 레벨 4 유저는 계속해서 채팅방을 도배했고 말로만 듣던 ‘부모님 안부’도 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고의적인 악의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아 게임을 껐다.


‘컴퓨터와 나’에
집중된 공간


8시간 동안 지켜본 바 피시방은, 게임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하는 모든 행위를 즐기기에 편리한 공간이었다. 화장실 갈 때 빼면 앉아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목이 마르면 음료를, 배가 고프면 식사를 시키면 됐다. 피시방의 어두운 조명은 게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양쪽에서 스피커를 켜도 신기하게 내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만 들렸다. 처음 예상대로 푹신한 의자 덕에 허리와 엉덩이는 아프지 않았다. 대신 허리와 엉덩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쑤셨다. 눈을 시작으로 목, 어깨, 손목이 뻐근했다. (특히 소화가 안 됐다.)


그럼에도 20대들이 피시방을 많이 찾는 이유를 알 듯했다. 우선 자신만의 공간이 보장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 기자가 취재를 위해 여러 피시방을 다녔지만 어느 곳에서도 나를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또한, 화면이 넓어 과제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편리했다. ‘롤석’, ‘배그석’ 등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에 따라 컴퓨터가 최적화돼 있는 자리가 있었고 피시방에 따라 연인을 위한 자리도 보였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정서와 욕구는 다양하게 변한다. 그에 맞춰 피시방도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발전했다. 10년 전과 다르게 깨끗하고 넓어졌으며, 마냥 어두운 것이 아닌 은은한 조명으로 바뀌었다. 학생 기자처럼 피시방이 미지의 세계였다면 한 번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 취재 김지윤 사진 김지윤 최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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