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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파괴’ 그리고 ‘소외’ 야민정음은 확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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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장’, ‘싀혜’, ‘뜨또’ 등은 원래 단어를 보이는 대로 비슷한 한글로 대체하거나 글자 자체를 눕혀 만든 ‘야민정음’이다. 이제 야민정음은 낯선 신조어라기보다 현세대에게 익숙한 언어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는 스쳐 가는 유행어가 아니라 흔하고 재미있는 일상적 언어이다. 하지만 삶에 깊숙이 들어와도, 여전히 모두에게 익숙하지는 않다. 야민정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어떤 것이 있을까?


|제573돌 한글날에 살펴 본 ‘야민정음’

괄도네넴띤을 아십니까


지난 2월 19일 ㈜팔도는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괄도네넴띤’을 내놨다. 이 라면은 출시와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1분기는 이른바 차가운 라면 비수기다. 그런데도 팔도비빔면은 매출 10위에 올랐고 매출액도 지난해 1분기보다 40.4% 늘었다. 괄도네넴띤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했다는 말이다. ‘괄도네넴띤’은 팔도비빔면을 모양이 비슷한 한글로 바꿔 쓴 ‘야민정음’이다. ‘괄도네넴띤’은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과 ‘야민정음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작용한 하나의 사례가 됐다. 하지만 삶에 깊숙이 들어와도, 여전히 모두에게 익숙하지는 않다.


사범대 1학년인 A 학생의 이야기다. 그는 대형 마트에서 “새로 나온 ‘괄도네넴띤’ 행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새로 나온’, ‘행사’에 이끌려 시식대로 갔고 시식대 종이컵에 담겨있는 비빔면을 시식했다. 그곳에서는 팔도비빔면 한 봉, 괄도네넴띤 한 봉을 1+1로 묶어 팔고 있었다. 그때 처음 ‘괄도네넴띤’을 알게 된 그는 나중에서야 ‘괄도네넴띤’이 ‘팔도비빔면’의 야민정음을 이용한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세대인 저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모두가 당연히 알 것으로 생각하고 광고나 제품에도 야민정음이 쓰이지만 ‘굳이 써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야민정음’, 대체 뭘까?


우리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민정음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에는 총 150명이 참여 했으며 ‘일상생활에서(대화나 메신저, SNS) 야민정음을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사용한다’는 답변이 65.3%(98명)로 나타났다. ‘야민정음을 사용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87.7%(86명)의 학생이 ‘대부분이 재미있고 주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서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댕댕이와 커엽다는 기존보다 더 귀여운 느낌이라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반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84.6%(44명)의 학생들이 ‘소통이 번거롭고 굳이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유치하다’고 답변했다. ‘야민정음이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싫어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은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야민정음이 많이 사용된다고 느낄까? ‘야민정음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서 ‘네’라는 답변이 84%(126명)였다.



[그래픽 김송현 기자]

‘경남 우리말 가꿈이 동아리’ 회장 강소미(국어국문학과 4) 학생은 “야민정음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탄생한 것으로, 특정 지역 비하 등 주로 비방(誹謗)을 위해 쓰였다. 이렇듯 비방을 목적으로 하는 야민정음은 지양할 필요가 있으나, 시간이 흘러 후손들이 바라보게 될 현대인의 문화를 잘 보여 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더하여 “야민정음이 문화를 더 다채롭게 해 주며, 우리 문자를 가지고 새로운 재미를 찾는 일이 한글에 더 큰 번영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한글 파괴는 늘 존재했다


과거 야민정음을 ‘한글 파괴’로 보는 입장이 있었다. 야민정음을 보며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운다’, ‘세종대왕이 한글 사용을 보면서 땅을 내리칠 것’이라는 의견이 만연했다. 이에 우리 대학 김민국(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야민정음에만 유독 한글 파괴라 말해졌던 것에 의문을 표했다. “젊은 세대나 특정 세대의 계층에서 자기들끼리만 쓰는 은어는 늘 만들어져 왔으며, 거기서 형식 파괴도 일어났다. 형식 파괴는 특정 세대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일반 사람들이 이전부터 쓰고 있는 몇몇 언어도 형식 파괴가 일어났던 것으로 여겨진다. 야민정음도 당연하다”라 말하며 한글 파괴라는 관점이 줄어든 것을 설명했다. 이어서 “야민정음을 ‘한글 파괴’보다는 ‘권력에 대한 반항’이라는 순기능이나 ‘소통의 불통’, ‘소외’와 같은 역기능에 초점을 맞춰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글 파괴 인식, 소통 또는 재미로 바뀌어


야민정음이 ‘한글 파괴’라는 인식은 이제 ‘소통’ 또는 ‘재미’로 바뀌었다. ‘야민정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수의 개척인은 ‘곧 사라지겠지만 어느 정도는 남을 것 같은 단어’, ‘재치있지만 과도한 사용으로는 자제해야 하는 언어’, ‘유행이거나 유행했던 것’, ‘그냥 재미있다’, ‘소통에 문제 있고 불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 야민정음이 유행하던 시절에 만연했던 ‘한글 파괴’라는 입장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최근 ‘소외’라는 관점이 새롭게 제기된다.


야민정음이 가지는 ‘노인 소외’에서 나아가 ‘장애인 소외’를 제기한 것이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바꿔 쓰는 야민정음은 화면 읽기 기능으로 내용을 인지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시각화에 특화된 글자의 변형은 청각만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글의 기표(記標·시니피앙)를 바꾼 형식이기 때문에 화면 읽기로 야민정음을 처음 접하게 되면 그 뜻을 연상 해낼 수 없다.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진주시지회 관계자는 “‘야민정음’의 사용을 인지하고 공감해도, 문자의 원래 생김새를 모른 채 화면 읽기 기능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후천적 비중이 높은 시각 장애의 경우 노인 분들이 다수라 야민정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도 하다”며 “유행어나 한글 표기를 비튼 글자들은 점자 이용자의 특이성 때문에 개정이 어렵다. 풀이해서 점자 표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쓰기·읽기를 통해 문자를 이해하는 일은 불편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김민국 교수는 “충분히 문제 제기가 가능한 영역이다. 야민정음과 같은 신조어의 사용에 ‘자제하자’고 무작정 다그칠 수 없다. 다만, 소외되는 영역이 있다면 한번쯤은 같이 우려하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 보는 일은 좋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래픽 이희은 itheee@naver.com]

  • 취재 김송현 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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