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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비평] ⑨ 타인은 지옥이다 - ‘캐릭터’로서의 공간과 눈(目)의 묘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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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처한 상황이 주는 막연한 공포감 등을 극대화시키고, 내가 아니기에 결코 알 수 없는 타인이 주는 공포감에 대한 작품이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의 작가가 후기에 언급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만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그친다면, 비평으로서는 매우 안일하고 게으른 태도이다. 작가의 후기는 이 작품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일 뿐이다. 정작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주목할 점은 공간의 역할이다.

종수가 서울로 오면서 살게 되는 고시원은 이 작품에서 주요 인물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캐릭터 묘사를 위한 공간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하는 것이다. 장소가 갖는 속성으로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해 공간이 연출된다. 즉, 장소가 작품에서 또 다른 배역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고시원이라는 공간은 배경과 상징 혹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내러티브를 함축하고 있다.

이 모든 기능은 작가의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며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작가는 장소로 내러티브 구조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이것은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기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이 작품에서도 고시원이라는 공간은 외부와 격리되어 있고 폐쇄적인 장소이지만, 그 내부는 개인의 사생활을 용납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연쇄 살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방음 장치가 없는 고시원에서는 사소한 소리조차도 모두에게 들리고, 개인이 하는 행동은 결국 노출된다. 게다가 종수는 자신의 방에 누군가가 들어왔다가 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타인을 두려워하게 되는 종수의 심리적 불안 증세의 원인은 바로 이 고시원의 시각적, 그리고 서사적 묘사로부터 출발한다. 이 작품에서 독자가 느끼게 되는 공포와 스릴러는 바로 고시원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 외 주요 등장인물의 개성은 눈(目)의 크기와 모양을 통해 시각적으로 묘사된다. 이런 시각적 묘사 방법은 웹툰이라는 장르에 최적화된 기법일 것이다. 고시원 주인아줌마의 눈동자는 매우 커서, 마치 그녀가 선글라스를 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묘한 공포감과 의혹을 안겨 준다. 그녀는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가장 정상적인 눈을 가진 인물은 주인공인 종수이다. 그의 눈동자는 비교적 작지만, 전체적으로 얼굴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 종수를 자신의 회사에 취업시킨 선배의 눈동자는 위로 향해 있어 독자들에게 전적인 신뢰감을 주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연쇄 살인을 행한 인물의 검은 눈동자는 크고 눈의 흰자위도 매우 강조되어 있다. 차분하면서도 광기가 서려 있는 그의 얼굴은 왜곡된 심리를 가진 연쇄 살인마의 시각적 형상을 탁월하게 구현해 낸다. 게다가 역삼각형인 얼굴 모양이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심리적 고통을 극단적으로 서술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서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예술 텍스트 구성이 미학적이라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빼어나다. 시각적 묘사 특성을 적절하게 수용하면서 웹툰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한층 부각했으니 주목해 보자.


러시아학과 홍상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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