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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96.8%, 대학 서적 가격에 경제적 부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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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 대학가 서점에서 양팔 가득 책을 들고 나오는 학생들은 연례행사처럼 서로에게 묻는다. ‘너 이번에 얼마 들었어?’ 매 학기 초 한 권당 1, 2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의 전공 서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학생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서너 권 계산하다 보면 1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강의 서적 제본이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서적을 정가에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번 기획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현실과 준법의 경계,
당신의 선택은?


조은지(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공학 전공 2) 학생은 올해 전공 서적에만 20~25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본한 서적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보통 한 학기 동안 책의 모든 부분을 보는 것은 아니기에 부분 제본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개정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 책을 구매한 적도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해외에서 저술된 전공 서적을 주로 사용하는 학과 특성상, 중고로 구매하기 힘든 서적이 많은 편이다”며 “책을 얻기 힘들어서 제본을 한다”고 밝혔다.


서적을 불법으로 제본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었지만, 상황에 따라 ‘복제를 할 수도 있다’는 인식 역시 만연하다. A 학생 또한 제본이 법적으로 불법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경제적 상황은 현실이었다. 그는 “매번 사는 새 전공 서적의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며 “친구들을 모아 제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저작권법 제136조(권리의 침해죄)에는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의 규정에 따른 권리를 제외한다)를 복제·공연·공중 송신·전시·배포·대여·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제본이 성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무엇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까?


개척인, 72.6% 복제 원인
“전공 서적 가격 부담” 때문


한국저작권보호원이 2018년 하반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서적 불법 제본 이용 실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학생 51.6%가 불법 제본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 서적은 새 학기가 시작된 후 특정 시기 일괄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지난 19일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불법 제본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 전체 660명의 학생 중 ‘불법 제본을 한 경험이 있다’에 62.9%(415명)이 답해 과반수를 차지했다.




학생들에게 ‘전공 서적 가격이 부담되었던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96.8%(639명)가 “예”라고 답했다. 이는 ‘전공 서적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0.6%(4명)만이 ‘저렴하다’고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사학과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제본 이유로 “한 학기만 보려고 서적을 구매하기에는 돈이 아까웠다”며 “강의를 파워포인트(PPT)로만 진행하는 경우 책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불법 제본까지 이르게 한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경제적, 문화적 요인, 서적에 관련된 학생들의 인식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제본 경험자의 72.6%(479명)가 ‘전공 서적 가격이 부담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제본을 하게 되었다고 답했으며 ‘추후 서적을 보지 않을 것 같아서’와 ‘PPT로 교재가 대체 가능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38.8%(256명), 37.4%(247명)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알바몬이 약 2천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월 평균 생활비는 약 51만원으로 집계됐다. 우리 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1년 전공 서적 구매에 사용된 비용’은 11만원에서 20만원 사이로, 통계 종합 결과 평균 약 12만원을 전공 서적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생 평균 한 달 생활비(약 51만원)의 약 23.5%에 달하는 비용이다.


학생 부담을 경감시켜 줄 확실한
방안 모색 필요해


우리 대학 김동일(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말했다. 김 교수는 “제본 자체는 원칙상으로 저작권법에 어긋나는 불법이다. 그러나 학생의 눈으로서 보는 현실은 다르므로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가 불법 제본 문제를 단순히 학생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상황에서 타 대학에서는 어떠한 대안을 모색했을까? 2013년 대학가 최초로 ‘저작권포기운동’을 시작한 부산대 경영학과 조영복 교수는 자신의 책 저작권을 포기했다. ‘노블리스-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한 조 교수는 ‘위키피디아식 교과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학 서적을 PDF 파일로 전환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대 행보도 눈에 띈다. 국민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교재를 지원해 주는 ‘고른기회 동행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일부 완화해 주고 있다.


또한, 서울여대는 지난 2016년부터 ‘강의교재 대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는 일부 과목의 강의 서적을 대량 구입해 수강생 모두에게 한 학기 동안 빌려 주는 프로그램으로 보유 장서의 적극적인 활용과 강의 지원 역할 증대,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3월을 대학교재 불법복제 행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 복사 업소를 불시 점검하는 방식이다.   사진 출처 https://news.sbs.co.kr

  • 취재 김지윤 이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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