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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행님!’, 아직도 못 버린 대학가 군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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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프로젝트 갠’은 대학 내 선후배 간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똥 군기’를 소재로 연극 ‘선배님들의 선배님들의 선배님들의’를 선보였다. 군기 문화가 대학사회 내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최근 우리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된 관행이 밝혀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대학에 있었던 사례와 대학 사회 전반의 군기 문화에 대해 짚어보고 이를 근절할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관행인가 악습인가


“체육교육과를 고발합니다.” 학기 시작 9월 초, 해당 제목의 글이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돼 대학 구성원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 내용으로는 새내기 시절부터 겪어온 부조리한 군기 문화가 담겨 있었다. 다.나.까 말투, 강제 인사, 복장 규정과 같은 사소한 규제에서부터 폭언과 욕설, 강제 대면식, 얼차려에 이르기까지 상황은 심각했다. 해당 학과를 시작으로 다른 학과의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후 8일에 미술교육과의 고발 글이 같은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고 지난 25일과 26일 예체능계열학과의 군기 문화 고발 내용을 담은 대자보와 사회과학대에 재학 중인 학생의 대자보가 연이어 도서관 옆 게시판에 게시됐다.


‘시대를 역행하는 학내 군기 문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지난 9월 25일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 붙어 학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익명 게시판 고발 글 이후 대자보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대학 내 군기 문화,
재학생 과반수가 경험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내 군기 문화’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총응답자 230명 중 과반수가 넘는 126명(54.8%)이 ‘재학 중 군기 문화를 경험하거나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떤 유형의 군기를 경험했냐는 설문 조사 결과, ‘행사 강제 참여’가 79.4%(100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불필요한 돈 거두기’와 ‘술자리 및 음주 강요’가 각각 38.1%(48명), 32.5%(41명)로 집계됐다. 이어 군기 문화의 원인으로 45.2%(104명)는 ‘학과 내의 전통 및 관행’을, 31.3%(72명)는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 구축’을, 마지막으로 ‘군기 문화 피해자들의 보복 심리’는 14.8%(34명)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전부 다’, ‘가해자들이 잘못된 행동인지 인지하지 못함’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A 학생은 고학번에서부터 시작되는 악습이 문제라고 단언했다.


최근 논란이 된 미술교육과 A 학생을 만났다. 그는 구체적으로 “개강 전 예술관을 청소하는 행사가 있다. 신입생들은 개강 청소 때 자기소개와 함께 장기자랑을 강제로 해야 했다”고 답했다. 또한 “교내에서 선배를 마주쳤을 때 인사하지 않으면 학과 단체 채팅방 공지로 ‘총회 소집’이라고 올라온다. 그러면 전학년 중 참석 가능한 인원이 참석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군기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교수와 조교, 모든 학생이 경각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며 특히 “학과 집행부가 먼저 나서서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체육교육과와 미술교육과 외에도 우리 대학 학생들은 군기 문화에 대해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 대자보 붙인 4학년 학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이 답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후배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대자보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말은 중요치 않다. 시대에 상관없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군기 문화를 지탄했다.




인권센터,
군기문화 문제 해결할 수 있나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수의 학생이 학교 내에 부조리를 신고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신고 센터나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외에도 학과 내 군기 행동에 대한 교육, 서로 고민을 나누어볼 수 있는 활동, 학생회의 역할에 군기문화 감독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학내 부조리를 신고할 수 있는 공식 기관이 없다. 우리 대학 학생처 학생과 오삼석 팀장은 “현재 학생과에서 학생인권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겨울 방학 중 시설 공사가 완료되면 인권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운영될 인권센터는 인권위원회, 인권상담실, 성희롱 및 성폭행상담실로 구성된다. 학생과 측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안에 대해서 ‘열린 총장실’과 ‘국민신문고’ 등으로 제보, 신고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하게 조사 및 처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대학 학칙 제97조 제4항은 학생의 본분에 위배되는 행위자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102조 제1호는 성품과 행동이 불량한 사람을 학무회의 심의를 통하여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칙 위반자는 학칙 제103조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제적처리까지 될 수 있다.


국립대 중 충북대는 2016년 인권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이곳은 충북대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우선 상담 희망자는 직접 방문, 전화, 이메일 등 다양한 경로로 인권 침해 사례 상담을 신청할 수 있으며 대리인을 통해서도 신청 가능하다. 조사 결과 인권 침해 등에 해당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총장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인권위원회의 요청으로 총장은 피신고인에 대해 공개 사과 권고, 접근 금지 명령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한편, 인권 침해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가해자로 취급되었던 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학과 내 군기 행위가 상해, 폭행으로까지 번지게 되면 가해자를 고소하는 방법도 있다. 대한민국 형법 제324조 제1항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있으며 사이버로도 신고 가능하다.


한편, 지난 9월 25일 사범대 총학생회 회장 하준우(물리교육과 3) 학생은 체육교육과 군기 문화에 대한 진상 규명서를 공지했다. 규명서에는 구체적인 사건 진행 경과 및 해당 학과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의 내용과 이에 따라 새로이 만들어진 체육교육과 생활 규정이 게재됐다. 바뀐 생활 규정에는 기존 1학년이 맡았던 아침 청소를 사용자 정리 원칙으로 변경하고, 다,나,까 말투를 강요하는 문화를 없애도록 했다. 그러나 대면식과 아침 운동에 대해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여전히 토의 진행 중이라는 체육교육과 학과장의 입장이 담겼다. 하준우 회장은 “사범대 학생회 측에서 피해자가 받은 고통에 깊이 통감하고 있다. 체육교육과 외 다른 학과 학우들과도 소통하며 건전한 대학 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내 군기 문화는 은폐해서도 안 되며 비단 특정 학과들의 문제만도 아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니었는지, 상대에게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자.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대학 구성원 전체의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첫 대자보가 붙은 다음 날 사회과학대 게시판에 ‘학내 군기 문화, 더이상 방조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논란이 된 학과 외에도 학내에 만연한 군기 문화가 있음을 지적했다.

  • 취재 이예진 최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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