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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한국 사회는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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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문광은 부잣집 가사도우미다. 부잣집의 모든 가정 살림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데, 빈틈없는 모습 뒤에는 생계유지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다. 오랜 시간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생계 부양자’, 여성은 ‘가사 담당자’였다. 양육과 가사 노동을 여성이 담당하는 가부장적 성 역할 인식이 만연했다.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노동 현장에서 떠나는 것은 관행이었다. 그들이 다시 노동 현장 복귀를 시도하면,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데도 노동 시장은 여전히 ‘맞벌이 여성’과 ‘장기근속 여성’을 일 순위로 배제하곤 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 사회가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청소 아줌마’, 익숙한 표현 낯설게 느껴 보기


지난 2월 국제노동기구(ILO)는 ‘여성의 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여성 저임금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32개국 근로자 평균 소득 3분의 2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 비율은 OECD 평균 23.3%이다. 한국은 35.3%로 저임금을 받는 여성이 32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여성들의 3D 저임금 주요 직업은 학교 급식실 조리사, 콜센터 노동자, 요양보호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청소부 등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3D 저임금 업종에 속하는 건설업 여성 취업자 수는 2013년 14만 명에서 2019년 3월 19만8천 명으로 2.14%p 증가했다. 또한 제조업 여성 취업자 수는 127만3천 명에서 128만8천 명으로 1만5천 명 증가했다.


여성 저임금 노동의 대표적 직종은 서비스직, 판매직, 단순 노무직, 돌봄 및 청소 분야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돌봄 서비스’ 혹은 ‘청소 노동’에 가장 먼저 중년 여성을 떠올리는 까닭과도 일맥상통한다. ‘2011년 돌봄 서비스 분야 근로 조건 실태와 정책 과제 – 한국노동패널조사’에 따르면 돌봄 서비스 직종 인력의 성별 구성은 2008년 여성 411명, 남성 132명, 2005년 여성 396명, 남성 134명이었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 본부 사무국 총무과에서 환경 업무를 총괄하는 성문기 캠퍼스관리팀장은 “학내 청소 노동자는 총 86명으로 여성은 80명, 남성은 6명”이라고 밝혔다. 청소 및 돌봄 노동자 성비는 왜 여성에 치우쳐 있는 것일까?


한국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일은 일이 아니다


우리 대학 공과대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 노동자 A 씨는 최저임금제로 임금을 받는다. 그는 주 5일 근무에 하루 8시간 일하며 월 174만5150 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일을 기점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다. 그녀는 “고용 보장은 받았지만, 만약 여성이 생계 부양자일 경우 턱없이 부족한 임금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여성연구소 특별연구원 심귀연 연구교수는 돌봄, 청소 노동 직종이 여성으로 국한돼 있는 국내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입지가 사적인 영역으로 인식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남성으로부터 독립된 삶을 살기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교육과 경제력이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이 저임금을 받거나 노동 시장에서 밀려나면, 여성에 대한 통제와 착취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라며 여성과 남성이 시민으로서 동등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여성을 여성으로 기르지 않고,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된 학습을 멈추어야만 사회적 관습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여성에게 의무로 간주되었던 결혼과 출산이 그저 선택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의 주변부에서 일하는 여성들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박미영 사무국장은 여성의 노동이 저임금에 머무르는 이유로 ‘노동의 지속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 사회는 경력 단절에 대해 임신·출산·육아·가사 등을 개인 탓으로 삼고, 여성 노동자들이 경력 단절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임신·출산·육아·가사 등이 맞물리는 시점에 계약 만료, 회사의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다”고 말했다. 경력이 단절되면 여성은 쌓아 온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잡다한 일을 맡게 된다. 이른바 ‘노동의 주변부’에 위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생계 부양자인 저임금 여성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박 사무국장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저임금 여성 노동자’를 위한 대책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 조례가 ‘생계부양자’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생활임금’은 근로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각 자치 단체가 소속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조례로 도입했다. 경기도가 2014년 자치 단체 중 처음으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으며, 경상남도는 2020년 1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박 사무국장은 “누구나 온전한 임금을 받으면서 자신의 독립 생계를 이루려는 마음으로 노동을 한다”고 강조했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올해 5월 17일 열린 제3회 임금 차별 타파의 날 슬로건이다. 생계를 유지하고 지키는 데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지난 5월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사 참가자들이 성차별적 구조를 고발하는 문구가 적힌 천을 찢어 높이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womennews.co.kr]

  • 취재 이예진 조아름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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