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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생 ‘깜깜이’ 수강 신청, 개척인도 ‘수업권’ 피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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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학생이라면 이번 학기 시간표를 짜는 데, 꽤 애를 먹었으리라 본다. 수강 신청 당일까지 교수 ‘미정’, 강사 ‘미정’, 그에 따라 수업계획서까지 ‘미정’이었기 때문이다. 미정 내용은 개강인 9월 2일 정상화됐지만, 선호하지 않는 교수님이나 학생 개인과 안 맞는 수업 방식 등의 과목을 선택해야 해서 불만인 학생도 있었다. 특히 개강 후 일주일간 진행되는 2차 수강 정정 기간에는 폐강, 강의 시간 변경 등 마땅한 이유가 없으면 정정도 불가하다. 이에 갖은 이유를 대며 강의 정정을 하는 학생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었다. 이는 이른바 ‘강사법’이라 불리는 ‘개정고등교육법’의 영향이었다.


‘고등교육법’은 지난 2010년 조선대 서정민 시간강사로 인해 촉발되었고, 2011년 첫 개정 이후 4차례에 걸쳐 7년간 시행이 유예되며 사회적 난제로 남았다. 이후 강사에 교원 지위 부여, 공개 채용, 1년 이상 임용 기간 보장,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고등교육법(강사법)’이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고용과 지위가 불안정한  ‘시간강사’를 교원 지위에 포함해 더욱 안정적인 강사 고용을 노렸지만, 대학가 개강 시기와 법 시행 시기가 맞물리면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가중됐다.


|강사 처우 개선한다던 '강사법' 시행 한 달, 그 이후


늦어진 강사 채용, 수업권은 어디에?

 

지난 7월 25일 우리 대학 정보나눔터에 올해 2학기 수업 시간표가 게재됐다. 그러나 강사 혹은 교수가 정해지지 않은 강의가 864개 과목이나 돼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대학영어’나 ‘글쓰기 기초’부터 전공 강의까지 누가 맡아 가르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후 수업 시간표는 여러 번 업데이트를 거쳤지만, 학생들이 자의적으로 수강 정정을 할 수 있는 1차 수강 정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 강의 담당자와 수업 계획서는 ‘미정’이었다. 이는 강사법의 구체적인 시행령이 지난 6월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강사 채용 절차가 생각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부산대는 7월 9일과 8월 2일 두 번에 걸쳐 강사 신규 채용 내용을 공고했고, 경북대는 8월 초 강사 공개 채용 이후 8월 말 3차례에 걸쳐 추가 공고했다. 우리 대학도 지난 7월 10일 1차 강사 채용 공고 이후, 8월 5일 2차 공고, 8월 20일 3차 공고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채용 공고가 늦어지는 바람에 강사 채용은 개강 후에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우리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A 씨는 개강 주, 갑작스러운 말을 들었다. “학과 사무실에서 제가 수강 신청한 ‘무대 예술’ 과목이 폐강됐다고 했어요. 수강 인원이 기준에 못 미친 게 아니라 강사님을 구하지 못한 게 이유라고 했어요.” 교직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인문대 소속 B 씨도 비슷한 일을 겪을 뻔했다. “제가 이번 학기 어렵게 수강 신청한 ‘교직 실무’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러 갔는데, 강사님이 아닌 교육학과 교수님이 계셨어요. 강사를 구하지 못해 강의가 폐강 위기였다고 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대신 강의를 맡아 주셔서 폐강되지 않았다고 했어요.” B 씨가 들으려 했던 ‘교직 실무’는 교직 소양 과목으로 교직 이수를 위해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이다. 강사 채용이 늦어지는 바람에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은 것이다.

강사법으로 강사 채용 늦어져, 수강 신청 기간에 폐강 강좌 많아

 

본사가 우리 대학 최근 3년간 전체 강의 수를 살펴본 결과,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강의 수가 감소하는 게 확인됐다. 2017년 1학기 2763개, 2018년 1학기 2736개, 2019년 1학기에는 총 2698개의 강의가 개설됐다. 또한, 2017년 2학기 2623개, 2018년 2학기 2533개, 2019년 2학기에는 2609(9월 2일 기준)개의 강의가 개설됐다.


자연과학대에 재학 중인 4학년 C 씨는 “들으려던 강의가 줄줄이 폐강되는 바람에 5시간 ‘우주공강’이 생겼다. 게다가 18학점을 채워서 강의를 들을 생각이었는데 학점이 비어 현재 15학점밖에 이수하지 못한다. 다음 학기에는 취업준비를 위해 딱 2학점만 이수하려 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교직 교양은 한 반에 수강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는 대신 지난 학기보다 분반 수를 늘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폐강된 교양 강의는 분반없다. 결국 비는 시간대에 아무 강의나 신청하거나 자포자기로 낮은 학점만 이수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강의를 사겠다’는 게시물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 본부 학사지원과 관계자는 “교수님들의 연구년이나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채용하는 강사 수가 조금씩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나 강사법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래픽 출처 국민일보

 

일률적인 처우, 설 자리 잃은 강사들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진 강사들에게 일률적인 조건을 들이대는 채용 방식도 강사법 적용에서 문제를 낳았다. 우리 대학 D 교수는 “국내 시간강사들이 질적으로 같지 않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다. 여러 형태의 사람들을 일률적인 처우와 조건으로 대하는 이번 강사법으로 내홍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어 D 교수는 “대학원생들은 학문 후속세대 집단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연구 업적과 강의 경력이 없어도 강사직에 대한 유입 경로를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강사법은 전체 강사 인원의 10%를 학문 후속세대로 구분하여 뽑지만 강사로 임용되면 3년간 재임용 절차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새로 유입되는 박사학위 과정 중인 대학원생들에게 기회가 가기 어렵다. 우리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인 E 씨는 “강의를 맡아 연구에 정진하고 박사수료 이후, 교수가 되길 꿈꿨다. 그런데 강사법으로 졸업을 서두르게 되었다”고 전했다.


‘강사법’은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지만 이 법 때문에 전국적으로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 현황’ 결과, 올해 4월 기준 강사법 적용 전국 대학 399개에 재직 중인 강사 인원은 4만6925명이다. 이는 지난해 1학기 5만8546명에 비해 1만1621명, 19.8% 감소한 수치이다. 이 가운데 3787명은 전임교원, 겸임·초빙교수가 되어 강의를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학 강의 기회를 상실한 실질적인 강사 규모는 7834명(13.4%)이다. 특히 전업 시간강사 가운데 강의 기회를 잃은 강사는 4704명으로 전체 15.6%이다.


우리 대학 상황은 어떨까? 1학기 채용된 시간강사 수는 2017년 26.01%(429명), 2018년 25.45%(425명), 2019년 24.79%(417명)이다. 2학기 시간강사 수는 2017년 24.43%(393명), 2018년 24.92%(416명)이다. 각 학기로 봤을 때, 1학기 강사 수는 꾸준히 줄고 있으며, 2학기 강사 수는 2018년이 2017년에 비해 23명 늘었다.


그래픽 출처 https://www.sisain.co.kr

 

  • 취재 김예진 정성희 기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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