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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온 편지] 익숙함이 주는 따뜻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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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꿈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학생이 되는 것이었다. 중학교와 고등 학생 때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다. 내 삶에 중국이란 나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긍정적인 평가도 없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런데 돌연 혼자 떠났던 일본 여행에서 지진을 만났고, 그 덕분에 어떠한 사람과 만났으며, 그 사람은 나를 중국어와 만나게 했고, 중국어는 나와 중국을 만나게 했다. 여행을 떠났을 당시 삶의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던 나는 그날 이후 중국어 공부에 매진했고 그것은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대학으로의 복학과 교환학생 지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무언가에 가슴 뛰어 하는 나를 발견하게 했다. 이게 바로 내가 지금 이곳에 와 있는 이유다. 중국과 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중국 ‘우한’에서 온 편지

 

창샤의 모택동 동상 앞에서.

 

화중과학기술대학교와의 첫 만남

 

내가 공부하고 있는 화중과학기술대학교는 중국 한가운데에 있는 우한에 있다. 지원 당시 다른 대학으로의 파견을 원했던 나는 이 대학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몹시 실망했었는데, 사실 이곳은 중국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학교로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놀라곤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지금처럼 ‘우리 학교’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다.


우한에 도착하던 날은 날씨가 몹시 흐렸다. 나를 태운 픽업 버스는 들어가는 문을 찾지 못해 한 시간 넘게 하염없이 학교 밖을 돌았다. 어렵사리 들어가 밤늦게 배정받은 기숙사는 당시의 내가 묘사하길, 흡사 ‘김구 선생이 사셨을 방’ 같았고 매트리스가 더러웠으나 며칠을 침구 없이 지내야 했다. 게다가 여기에서 수업 듣는 곳까지는 걸어서 40분 남짓 걸린다. 우한은 거의 매일 비가 왔고 습했으며, 나는 우한에 도착한 지 딱 2주만에 처음으로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전기는 하루에 네 번씩 나갔고 은행에 세 번째 갔을 때 겨우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문제없는 날이 없었고 그걸 해결하느라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도 짧았다. 그렇게 나는 부정적인 단어를 입에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단순히 교환학생이라는 사실만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하는데 결코 모든 것이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인천공항을 떠나는 순간부터 온갖 생각지도 못한 고난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거야”

 

지금 나에게 누군가 “요즘 어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찰나의 고민도 하지 않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거야”라고 대답할 것이다. 일단 음식이 입맛에 딱 맞았다. 기숙사는 주변에 나무와 풀이 많아서 벌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늘이 시원하고 가끔은 리조트 같은 느낌도 든다. 생각지도 못하게 비가 오거나 심각한 미세먼지를 만나긴 하지만 요즘 날씨는 여행하기에 너무 좋다. 지난주는 시안에 가서 병마용을 보고 성벽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우한이 여름에 덥다고 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중국은 크고 물론 덜 더운 곳도 있다. 방학에는 사계절이 봄이라는 윈난으로 떠나 볼까 한다. 이게 바로 중국에서의 삶이 나를 변화시킨 점이다. 생각의 눈을 바꾼 것이다.


시안 병마용

 

알을 깨고 나와 바깥 세상을 개척하다

 

교환학생 제도는 내가 알을 깨고 나와 바깥 세상을 개척하게 해 준 부화기와 같다고 하겠다. 막 중국에 도착했을 때는 대부분의 중국인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함을 비난하고 그들을 무지하다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의사소통이 힘들면 아직 부족한 내 중국어 실력을 탓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는다. 실은 이렇다. 교환학생의 가장 큰 의의는 해외에 살면서 언어를 빨리 습득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이 주는 따뜻함에서 벗어나는 것, 바깥의 냉기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 최종적으로 스스로 열을 낼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나보다 이곳에 오래 있었지만 중국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며 기회를 만들기보단 기회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변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름을 불평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알을 깨고 나오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고수와 로우쏭에도 점점 익숙해지다.                                                      매일 먹는 아침 식사 지엔삥.

 

황진아 러시아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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