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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②] 세월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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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 물결이 일렁이는 나루’, 삼랑진은 바다와 낙동강, 밀양강이 만나는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하부마을은 삼랑진의 대표적인 자연 마을이다. 웅천강과 낙동강 물이 합류하는 하구의 부락으로, 과거 저잣거리로 매우 번성했다고 한다. 하부마을은 일제 강점기 당시 물류 거점이었던 만큼, 철도 관사와 창고, 철도 시설 등이 지금까지 잘 남아 있다. 옛 삼랑진의 모습을 간직한 채, 좀 더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곳. 근대문화유산 투어 그 두 번째 순서로 ‘밀양 하부마을 시간 여행길’에 다녀왔다.


|경남의 근대 건축 문화유산 ② 밀양 하부마을 시간 여행길

기차를 타고 삼랑진으로

삼랑진은 역사적으로 한양에 가는 관문이자 낙동강의 길목이었다. 일제는 물자 수탈을 위해 1905년 경전선, 경부선을 개통했고, 지금은 없어진 낙동강역이 당시 철도 교통의 요지였다. 그 의미를 되새기며 버스 대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진주에서는 환승 없이 기차로 한 번 만에 삼랑진까지 갈 수 있다. 무궁화호만 운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열차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기차 여행 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던 삶은 달걀이 이상하게 기차만 타면 먹고 싶어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가도 좋다. 그렇게 역을 몇개 지나는 동안 차창 풍경이 달라졌다. 진주에서 이른 시간 출발했기 때문에 삼랑진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9시가 되기도 전이었다. 덕분에 선선하고 조용한 삼랑진의 아침 바람을 맞으며 역을 나섰다.

삼랑진역에서 하부마을까지는 걸어서 30분, 택시를 타면 5분 정도가 걸린다. 비교적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있으나 버스를 타도 꽤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아예 걷거나 택시를 타는 편이 낫다. ‘강가 주유소’ 혹은 ‘복돌복 주유소’로 가 달라고 하면 코스를 시작하기에 편하다. 문제는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길인데, 후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삼랑진교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


시간 여행길 코스는 ‘장주복 가옥(구 금융조합) - 낙동강 철교 - 이달주 가옥 - 박희수 창고 - 배영백 가옥(구 삼랑진소학교) - 박금옥 가옥 - 오분이 가옥(구 낙동역 철도관사) - 삼랑진교’ 순으로 이어진다. 따로 표지판이나 안내 문구가 없으므로 여행 전 각 코스의 도로명 주소를 적어 가면 도움이 된다.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지도 한 장이면 모든 코스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코스의 시작인 장주복 가옥은 하부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집은 얼핏 평범한 가정집 같이 보여 처음에는 ‘제대로 찾아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대문으로 다가가니 우편함에 장주복 씨의 성함이 쓰여 있었다. 1930년에 지어져 일제 강점기에 금융조합으로 사용되던 집은 주택 용도로 개조되어 현재 장 씨가 소유하고 있고, 현재는 세입자가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조합 건물과 사택이 연결되어 있어 마당을 보면 금융조합이었던 곳답게 제법 널찍하다.

다음 코스인 낙동강 철교는 ‘낙동강 레일바이크’로 익숙한 다리이다. 삼랑진에서부터 김해 생림까지 연결되어 있는 철교 공사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해 해방 이후까지 진행되었기 때문에 하부는 일본인이, 상부는 미군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레일바이크를 타러 온 사람들의 소리가 꽤나 멀리까지 들려와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코스부터는 ‘하부마을’에 진입하게 된다. 이달주 가옥과 박희수 창고, 배영백 가옥, 박금옥 가옥이 모두 근처에 모여 있다. 장주복 가옥에서 하부마을까지 걸어오며 일반 주택을 많이 지나치는데, 신경을 써서 보니 일본식 가옥과 일반 주택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래서 하부마을에 들어서고부터는 지도를 보지 않고도 가옥을 대강 알아볼 수 있다. ‘ㄱ’자형 구조의 2층집 이달주 가옥을 지나자 근처에 박희수 창고가 있었다. 삼랑진은 낙동강 수로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하는데,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중간 물류 보관 창고가 많이 건립되었고 박희수 창고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 목수에 의해 지어졌다.

박희수 창고 맞은 편, 박금옥 가옥을 지나 위쪽 길로 올라가면 배영백 가옥이 있다. 다른 가옥보다 구조가 특이했는데, 일반 가정집보다 큰 문과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구 삼랑진소학교’ 건물이었음을 말해 주었다.

삼랑진교를 마지막으로 코스는 끝이 난다. 삼랑진교 입구부터는 상부마을로 향하는 길이 나 있다. 모든 코스를 돌아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덥지 않은 5월,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었다.


장주복 가옥

이달주 가옥

박금옥 가옥

기억되어야 할 길


밀양은 ‘항일 무장 독립 투쟁’의 성지로, 항일 무장 투쟁 단체의 본산이자 활동의 시발점이었다. 하부마을뿐만 아니라 삼랑진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삼랑진역 근처는 목조 가옥, 일본식 기와와 지붕의 모습을 한 주택이 즐비하여, 과거 일본인 철도 직원 관사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밀양과 삼랑진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로 그리 주목받지는 못한다. 시간 여행길 또한 그랬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조용했고, 택시도 지나가지 않는 길목이라 다시 역으로 가려면 콜택시를 불러야만 했다. 관광지로서의 접근성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물론 모든 역사적 흔적이 관광 명소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말하지 않는다면 하부마을 가옥은 그저 ‘조금 특이한 오래된 집’으로 남을 것이다.

하부마을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처럼 다른 곳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지,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하부마을의 시간은 오늘도 느리게 계속 흐를 것이다. 이마저 기억 속에서 잊힌다면 오래된 집은 언젠가 부서지고 새로 지어질 것이다. 그 시간이 미처 다 흘러가기 전, 세월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산책을 해 보는 건 어떨까?

  • 취재 사진 이희성 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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