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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기 싫다고 술술 말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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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 3월, 각종 행사 뒤풀이와 방학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술자리로 인해 학교 근처 주점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특히 오리엔테이션, 개강총회, 대면식 등 행사가 넘쳐나는 3월에는 술잔을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술 게임, 사발식(커다란 그릇에 다양한 주종을 섞어 돌려 마시는 일), 재기발랄한 건배사 등 대학생의 술자리에는 다양한 문화가 있다. 이러한 술자리 문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강요가 없는 술자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상대신문 제1006호 문화 기획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대학생 음주 문화를 조명해 보았다.


| 변화하고 있는 대학가 음주 문화

‘사발식’에서 ‘혼술’까지

각종 미디어에서 그리는 과거 대학생들의 술자리에는 강요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건네는 술잔을 피할 수 없다. ‘사발식’은 커다란 그릇에 술을 가득 부어 마시는 행위다. 주로 새내기를 환영하는 행사에서 이루어진다. 사발에는 다양한 술이 섞이기도 하고 타액과 같은 각종 오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강압은 의리라는 명목하에 자행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생들은 조금 다른 술자리 문화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2019년의 술자리에는 선·후배가 편안하게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재치 있는 건배사를 외치고, 가게가 떠나갈 듯 커다란 목소리로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술자리에 참여하나 술을 권유받지 않고 본인이 마시고 싶은 정도만 마셔도 된다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 주류 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즐겨 마시는 주종 역시 변했다. 과거와 비교하자면, ‘맛’이 상당하다. 과거의 소주, 맥주, 막걸리 등 단순한 주종을 넘어 현재 대부분의 주류 회사들은 유자, 자몽, 블루베리 등 다양한 과일 맛의 술을 앞다퉈 판매하고 있다. 또한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의 영향으로, ‘소용량 패키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예전과 다른 음주 문화 몸소 느끼고 있다.

술 자리 ‘강권’ 사라지다

그럼에도 3월이면 각종 대학가의 지나친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보도된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지나친 음주나 강권을 막기 위해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배부한 ‘색깔 팔찌’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색깔 팔찌는 자신의 상태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으로 노란색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 분홍색은 ‘얼굴이 팔찌 색깔이 될 때까지만 마시고 싶을 때’, 검은색은 ‘오늘 끝까지 갈 결심이 섰을 때’ 착용한다. 이러한 제도는 연세대, 대구한의대, 조선대 등 여러 대학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대학 자연과학대 정보통계학과는 MT, 예비대 등 각종 학과 행사에서 음주 여부에 따라 명찰에 스티커를 붙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티커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등 3가지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란색 스티커는 ‘마시지 않겠다’, 노란색은 ‘적당히 마시겠다’, 빨간색은 ‘많이 마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회장 조귀래(정보통계학과 3) 학생은 “컨디션에 따라 스티커 교체를 허용해 선후배 간에 불편함이 적어지고, 친근감이 생겨 학생들 참여도와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처음 학과장님과 집부 인원이 타 대학 사례를 들어 의견을 주셨고, 제 스스로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해 불편함과 부담감이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며 “다른 학과에서도 비슷하게 음주 문화를 변화해 나갔으면 좋겠고, 뒤를 이을 학생회도 좋은 음주 문화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전한 음주 문화를 위한 우리 대학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 좋은 진주’라는 우리 대학 소모임은 대학생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해 절주 서포터즈에 지원했다. 이 소모임은 과음에 대한 위험성, 절주 필요성, 효과적인 절주 실천 방법을 알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로 5월 동아리 대축제와 10월 개척 대동제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진주시 산하 기관과 연계해 캠페인도 앞두고 있다. 모임 대표 박성원(토목공학과 2) 학생은 “사회 초년생인 학생들에게 과음에 대한 부작용과 올바른 음주 문화를 보다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알리고자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니 올바른 절주 문화 조성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정보통계학과는 예비대 등 각종 학과 행사에서 음주 여부에 따라 명찰에 스티커를 붙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하여

대학생의 음주 문제 불건전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선하기 위한 조직으로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가 있다. 이곳은 알코올 및 약물 남용 문제를 조사 연구하고, 교육 및 홍보를 통하여 대학생 알코올 문제 예방과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을 목표로 한다.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김승수 사무국장은 “현재 대학생들이 성인에 비해 고위험 음주율이 높아 문제가 많다”며 “음주 문화 개선에 대한 정책 활동뿐만 아니라 대학 내 개선과 학생 개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진주시도 대학생의 음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진주시 보건소는 진주 지역 대학가 내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해 지역 대학들 입학식을 이용해 절주 캠페인을 벌였다. 진주시 보건소는 진주보건대 절주 서포터즈 ‘2J’와 공동으로 대학 내 ‘술 없는 캠퍼스 문화’ 조성을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 및 캠페인을 벌였고 학생들이 올바른 음주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념품 등을 나눠 줬다.

한국 사회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좀 더 각별하게 대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강압적인 술자리 분위기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고 과음을 절제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인식이 있다. 강권과 강요가 없다면 술자리 자체는 좋다고 말하는 대학생은 여전히 많다. 당신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어떤 사람인가? 변해 가는 음주 문화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

  • 취재 조아름 반경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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