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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범람, 20대는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는가? ②] ‘가짜뉴스’의 ‘진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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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서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내무성은 허위 정보를 퍼뜨려서, 조선인에게 사람들의 분노를 돌리고자 했다. 정부가 흘린 그 악의적인 가짜뉴스(fake news)는 신문에까지 등장해서 결국 참혹한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 거짓뉴스의 비극. 세기가 바뀌어 디지털이 지배하는 지금은 어떠한가. 이른바 탈진실의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언론을 맹신하지 않는다. 언론은 아니지만 마치 언론 같은 매체들이 넘쳐나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소문은 가득하니 굳이 전통적인 언론매체에 기대지 않아도 될 뿐더러, 때로는 그 전통적 언론 매체들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마음껏 불신할 수도 있는 세상. 그래서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각자의 세상. 가짜뉴스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언론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가짜뉴스(fake news)란?

가짜뉴스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논의 없이 용어만 먼저 사용되어 왔고, 아직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다. ‘fake news’를 가짜뉴스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가짜정보, 허위정보, 가짜 콘텐츠 등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학자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가짜뉴스를 유형별로 정리해 개념화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짜뉴스란 콘텐츠 생산이 급격히 증가한 환경에서 원본과 작성 주체의 불명확성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정치적·경제적 목적으로 거짓 내용을 작성하거나, 독자를 기만할 목적으로 이용자가 믿을 수 있는 형식을 갖춰 소셜 미디어, 모바일 메신저 등 유통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확산을 의도한 허위정보.’

그렇다면 이러한 가짜뉴스는 누가, 왜 만드는 것일까? ‘가짜뉴스 시대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발간한 성균관대 류희림 겸임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현재, 검증된 자질을 가진 전문가만이 아닌 글만 알면 누구나 뉴스를 만들고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누구든지 개인적, 정치적, 경제적인 목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고, 또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는 2017년 3월부터 ‘SNU 팩트체크(http://factcheck.snu.ac.kr)’를 통해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가짜’는 믿고, ‘진짜’는 못 믿는

가짜뉴스를 소비하는 심리학적 요인에는 ‘확증 편향’이 있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주장 또는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성향을 말한다. 인간의 인지 범위를 벗어나는 무수한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거나, 자신의 견해를 확증해 주는 뉴스만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확증 편향이 정치적 진영 논리와 결합하여 ‘집단 극단화 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가짜뉴스 소비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서중 교수는 “확증 편향이 심화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멀어지고 내 편끼리만 소통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토론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고 수용하면서 조정·통합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확증 편향과 관련하여 최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 주목받고 있다. 필터 버블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검색 업체나 SNS 등이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맞춤형 정보를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신이 실제로 한 일,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기반으로 필터링된 특정 정보만을 제공받고, 이를 통해 기존의 확증 편향은 더욱 강화된다.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을 향한 불신에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 조사 결과에서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3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임영호 교수는 “아무나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디지털 시대에서 진실을 확인하고 알리는 언론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오랜 경험으로 믿음을 잃은 시민들은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주류 신문들은 오래전부터 팩트를 존중하는 직업 전통이 약했다. 대중을 계몽한다는 이유로 의제를 주도하고 설득하려 했고, 팩트를 시각에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 와서는 특정 정파의 정서에 끌려 다니는 정파적 해석이 너무 앞서 대중의 조롱거리가 됐다. 대중적 언론과 차별화되는 권위 있는 신문이나 언론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은 뼈아픈 현실이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가짜뉴스, 대처 방안은?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는 민주주의 사회의 위협으로 간주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짜뉴스 2개와 가짜뉴스 4개를 섞은 뒤 식별하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6개를 모두 구별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또한 76%는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를 볼 때에도 가짜인지를 의심한다’고 답했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백영민 교수는 “허위 정보가 유포되면 선거와 같은 집단적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어떤 정보를 믿고 믿지 말아야 하는지가 불확실해 정보 자체에 대한 불신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는 2017년 3월부터 ‘SNU 팩트체크(http://factcheck.snu.ac.kr)’ 서비스를 현재 27개 언론사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혀 사실 아님’부터 ‘사실’까지 5단계의 판정과 ‘판정 유보’를 포함 총 6가지의 검증 결과를 제공하고, 검증된 내용은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다.

국회는 가짜뉴스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상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또한 언론 법제를 다루는 학자들은 가짜뉴스 대책으로 얻는 이익보다, 언론의 자유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기반한 민주주의에 미치는 해악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임영호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각종 미디어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독할 수 있는 능력)와 뉴스를 대하는 개인의 태도를 강조한다. 임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형식적인 문맹률은 낮지만 실질적인 문맹률(문해율)은 거의 최소 수준이다.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며 “시민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판별력을 키워 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서중 교수는 “수용자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선호하는데 기업인 언론이 독야청청하듯 진실 보도 하나를 위해 많은 자원을 배분하지 않는다. 좋은 뉴스 소비에 앞장서서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살아남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한다면, 가짜뉴스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취재 손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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