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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생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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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글우글 모여 사는 끈끈하고 더러운 집에 넌더리가 난다. 배는 고프지만, 주는 밥을 먹기 두렵다. 한입 베어 물고 나면 따라올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밥을 먹은 대가로 얻은 채찍질에 얼굴은 난도질 되었고, 이내 끌려가 숨 막히고 뜨거운 고통을 당한다. 하지만 이를 버텨 내지 못한 내게 남는 것은 죽음뿐이다.’

얼마 전 낚시 카페를 다녀온 친구에게 생생한 후기를 들었다. 남자 친구와 즐거운 마음으로 데이트하러 갔다가 참담한 기분으로 일찍 돌아왔단다. 이제 위의 이야기가 이해되는가? 낚시 카페의 물고기를 의인화한 글이다.

낚시 카페는 실내에서 둥글게 둘러 앉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시간당 가장 많은 물고기를 잡거나, 무거운 물고기를 잡는 사람 등을 추첨해 경품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낚은 고기는 어떻게 될까? 무게를 측정한 후 다시 풀장으로 돌려보내진다. 낚시 카페 물고기들은 ‘물 - 낚임 - 무게 측정’이라는 굴레를 반복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수도 없이 미끼를 물었던 입은 너덜너덜하고, 죽기 전까지는 고인 물속을 탈출할 수도 없다. 친구는 죄책감 속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도망치듯이 그곳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생명을 전시하고 체험하는 각종 동물 카페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소비되고 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양이 카페부터 라쿤, 미어캣, 어린 타조 등의 야생 동물 카페도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카페의 동물들은 자연을 떠나 인공에 갇혔다. 생의 가치를 잃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인해 지치고 무기력해졌다.

어차피 생각도 하지 못하는 동물의 권리까지 챙겨야 한다니 너무 유난스러운가? 1970년대 후반, 피터 싱어는 ‘동물권’을 주장했다. 동물도 지각·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개념이다. 그는 저서 ‘동물 해방’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라고 서술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한 독일인은 동물 카페에 방문해 “정말 특이하다. 독일에서는 이런 카페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카페가 생긴다면 바로 동물 보호 단체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2002년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라는 내용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해 동물권을 보장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12일 2019년도 자연환경정책실 세부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 개정으로 더는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백 가지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외의 생명을 경시하는 우리의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우리에게 윤회(輪廻)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불교의 교리에 따르면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한다. 생명을 경시하는 악업(惡業)을 지속한다면, 당신의 다음 삶은 축생이다.

강소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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