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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 혹은 없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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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죽음’에 관해 가끔 생각해 보게 된다. 평소에 ‘죽음 이후에는 나의 의식이 없어지므로 나는 영원히 소멸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관점에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소장 연구자 유호종의 「떠남 혹은 없어짐―죽음의 철학적 의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고종석이 쓴 「독고준」이라는 장편 소설에서 이 책이 언급되어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독고준」이라는 소설은 올해 7월 작고한 소설가 최인훈이 쓴 「회색인」의 주인공 독고준이 실제 존재했다고 가정하고,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그가 살아오면서 쓴 일기장에 그의 딸인 독고원이 느낌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쓰였다. 내가 최인훈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광장」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반공 더 나아가 멸공이 국시인 그 당시의 상황에서 남북 이념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었기에 가슴을 조이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 속 일기에서 주인공 독고준은 많은 부분을 독후감에 할애하고 있는데, 거기에 유호정의 책에 대한 서평이 나온다. 이 소설책은 우연히 경향신문 광고란에 실린 것을 보고 읽게 되었는데, 그 전에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이라는 책을 읽고 고종석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 이 책을 선택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유호정의 책은 부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죽음의 철학적 의미’에 대한 논리적 탐구다. 유호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사람들은 죽음을 직시하고 성찰하는 대신 두려워하며 회피하려고만 한다. 또한 우리 철학계에서도 죽음은 객관적으로 규명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죽음에 대한 탐구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들에 대해 ‘본격적인 철학적 탐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에 대한 세 가지 물음을 하고 이에 답하고자 하고 있다. 첫째는 ‘죽음 이후 나는 영원히 사라지는가’와, 둘째는 ‘나의 죽음은 정말 나에게 나쁜 것인가’하는 것과, 마지막으로 ‘인간은 어느 시절부터 죽었다고 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논리(logic)를 이용하여 해답을 얻고자 시도한다. 첫 질문에 대해 죽음과 함께 의식이 사라진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참이라 하더라도 나의 감각 경험에 기반을 두어서는 내가 죽은 후 어떻게 될지 개연적으로라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죽음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가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죽음은 자기로부터 좋은 것들을 박탈하기 때문에 나쁘다’는 견해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내재적이거나 비교적인 평가를 토대로 보았을 때, 나의 죽음 후 내가 사라진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죽음은 나에게 나쁜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삶과 죽음을 생물학적 통합 기능의 유지 유무를 기준으로 ‘살아 있거나 죽었다’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단계도 인정하는, 이른바 ‘의식이 영구적으로 소실되는 사건’ 즉 인격사를 도입함으로써 삼분법적 시각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기존에 가졌던 생각, 즉 ‘죽음 이후에는 무(無)이고, 죽음은 나에게 안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뜯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주장대로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죽음이 우리에게 나쁜 것이라 할 수 없다면 삶과 죽음에 관한 나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한 관 희 교수 산업시스템공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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