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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도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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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가을 공기에 취해 바깥을 정처 없이 걷다가도 바닥을 내려다보면 우수수 떨어진 작은 알맹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계절이 찾아왔다. 우리 대학 교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그 알맹이들을 볼 수 있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도토리들은 매끈한 자태를 뽐내며 햇빛을 반사하고 있어 자주 눈길이 간다. 이들이 자랐던 그 도토리나무 곁에서 낙엽과 함께 뒹굴고 있는 알맹이들을 기자가 직접 보고 왔다. 아울러 ‘조경수로 좋은 우리자생수목’의 저자인 정계준(생물교육과) 명예교수를 만나 교내에 자생하는 도토리나무의 종류와 특징, 열매가 활용되는 방법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 GNU 도토리 관찰일기

  

  

캠퍼스의 다양한 도토리나무 이야기

“톡, 토독.” 캠퍼스를 걷다 자그마한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 누구도 없었다. 뒤이어 “토도독.” 그제야 땅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열매 서너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높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 가을, 산이나 길을 걷다 보면 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도토리나무는 대개 4월경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9월이면 익어서 땅에 떨어지게 된다. 열매가 둥글기 때문에 특히 산지에서 떨어지면 아래로 잘 굴러가므로 어미나무에서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하여 자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토리나무는 우리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계준 명예교수는 “우리 대학 내 도토리나무는 공과대 1호관과 공과대 6호관 사이에 심긴 상수리나무 몇 주, 교양학관 동쪽 편에 위치한 미국에서 도입된 도토리나무인 루브라참나무(northern red oak, Quercus rubra)와 대왕참나무(pin oak, Quercus palustris)가 한 그루씩 있어요. 더불어 교양학관에 위치한 두 종은 모두 잎의 결각이 심하게 지기 때문에 가을에 단풍이 들면 단풍나무 뺨칠 정도로 붉고 아름답지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 삼고 우리 대학 캠퍼스 곳곳의 도토리나무와 단풍나무를 직접 감상하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알록달록한 단풍의 색이 물들 듯 한껏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정 교수는 그 외에도 우리 대학에 있는 다양한 도토리나무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겨울에도 잎이 푸른 상록 도토리나무는 자연과학관 진입로 주변 등에 가로수로 가시나무와 종가시나무가 있어요. 가시나무와 종가시나무는 교양학관 동편과 농학관 주변에 다수 있지요. 낙엽성 도토리나무인 상수리나무의 도토리는 이미 모두 익어 떨어졌겠지만, 가시나무 종류는 아직 열매가 익지 않았고 11월 중순경 되어야 익어 떨어져요. 또 학생회관 동쪽 편에는 일본에서 도입된 상록 도토리나무인 졸가시나무가 두 그루 있어요. 졸가시나무는 열매가 마치 말눈처럼 길쭉하다고 하여 말눈가시나무라고도 불려요”라며 캠퍼스 내 도토리나무의 위치를 자세히 알려 주었다. 필자는 직접 도토리를 줍고자, 학생회관 동쪽 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정말 많은 도토리들이 떨어져 있었고 순식간에 20개가 넘는 도토리 열매를 주울 수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고 귀여운 도토리를 보니 더 챙겨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낌없이 주는 도토리나무

우리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도토리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과거 먹을 게 귀하던 시절에는, 도토리가 아주 중요한 먹거리였다. 정 교수는 흉년이 들었을 때 도토리나무가 빛을 발했다고 전했다. “과거 흉년은 대부분 여름철 농작물 생육기의 가뭄이 원인이었지요. 그런데 도토리나무는 건조에 무척 강한 양수라 가뭄이 들면 오히려 열매가 더 많이 맺혔죠. 따라서 흉년이면 사람들은 도토리를 주워 묵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연명하는데 이때 큰 기여를 한 아주 고마운 나무죠.” 그리고 그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통틀어 참나무라 불러요. 이전에는 나무의 가장 중요한 용도가 땔감이었는데 땔감으로서는 이 참나무만한 게 없지요. 화력은 세고 그을음은 적고 또 장작을 패면 아주 잘 패어져 정말 땔감으로 최상이죠. 그래서 나무 중의 진정한 나무라는 뜻에서 참나무라 부르게 된 거예요”라며 참나무의 숨겨진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도토리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을의 별미, 탱글탱글한 식감이 매력적인 도토리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3일여간 물에 불린 다음 껍질을 까야 한다. 이후 믹서로 갈아 최소한 하루 동안은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내야 한다. 특히 갈참나무 등의 도토리 열매는 타닌(Tannin·화학적으로는 폴리페놀을 기본 구조로 하며, 폴리페놀옥시다아제에 의해 쉽게 산화, 중합하여 착색물질을 생성함)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떫은 맛이 강하다. 떫은 맛이 어느 정도 빠지면 윗물을 따라 내고 가라앉은 앙금을 걷어 내, 도토리앙금과 물을 1:3의 비율로 섞어서 끓이면 엉기게 되는데 이를 식히면 묵이 완성된다.

도토리는 한의학에서 불규칙적으로 또는 식사 후 바로 변을 보는 이들에게 약재로 쓰이며 대장 기능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특히 과거 도토리에 항암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 발표되면서 도토리의 효능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도토리묵의 주성분인 타닌 때문에 도토리가 떫은 맛을 띠지만, 이 성분은 해독 작용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토리 속에 들어 있는 아콘산(aconic acid)은 중금속 해독에도 효능을 보인다. 이 밖에도 도토리는 성인병 예방, 피로 회복 및 숙취 회복에 효과적이다.

한편, 도토리에 함유된 타닌으로 직물을 염색할 수도 있다. 한국의류학회지는 도토리에서 추출한 염액으로 염색한 직물은 색상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으며 천연 염색물만이 지닐 수 있는 우아함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열매는 과피가 단단해서 변형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장난감이나 장식품을 만드는 데 쓰며 껍데기가 두꺼운 것은 염주를 만드는 데에도 활용된다.

도토리 열매를 야생 동물에게 양보하자

우리는 산행이나 여행 도중 도토리나 그 외 열매들을 만나게 되면, 주저 없이 그것들을 주워 챙겨 가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도토리와 그 외 열매들은 야생 동물에게 아주 중요한 먹이이다. 정 교수는 “도토리 열매는 곰, 멧돼지, 너구리, 다람쥐, 들쥐, 청설모 등의 가을철 주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류로는 어치가 또 도토리를 아주 잘 먹습니다”라며 사람들이 등산길에서 이런 도토리를 주워 가면 야생 동물에게서 먹이를 뺏어가는 일이 되므로 삼가야 한다고 보았다. 이어 그는 “이전에 먹을 게 없던 시절엔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족해져 사람들은 도토리를 먹지 않아도 먹을 게 많지만 야생 동물은 그런 선택지가 없으므로 도토리를 함부로 주워 와서 동물들을 주리게 해서는 안 돼요”라며 자연 속 도토리를 대거 채집해 가지 않았음 하는 바람을 덧붙였다.

  • 취재 이정민 조아름 삽화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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