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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위에 그인 빨간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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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절, 당시 일본인들은 독립운동가들을 관리하기 위해 호적에 빨간 줄을 그어놓거나 도장을 찍어 표시했다고 한다. 그것이 유래가 되어 현재까지도 ‘이름에 빨간 줄’은 전과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관용어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임신을 원치 않는 한국 여성에게 전과 기록만큼이나 치명적인 빨간 줄도 있다. 임신테스트기에 표시된 빨간 선 두 줄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하루에 3천 건 정도의 임신 중절이 이루어지리라 추정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숫자였다. 그런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임신 중절은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여자 친구가 임신했다며 걱정하던 지인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에 임신 중절을 곱지 않게 생각했던 터라, 수술을 결정했다는 말에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낙태는 곧 살인이라는 말과 수술 과정에서 뱃속의 태아가 살기 위해 수술 도구를 피하는 영상은 ‘낙태는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낙태가 금지되어있다.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의사 처벌을 강화하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 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그 결과 불법 약 판매가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약품 온라인 불법 판매 적발 실적에 따르면 2016년 193건이던 자연유산 유도제 불법 판매 적발 건수는 올해 9월 1984건으로 늘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 ‘미프진’을 넣으면 판매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품’ 미프진만 판매한다는 사이트들은 모두 다른 용량과 용법의 중국산 ‘가짜 약’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3만 명 이상이 참여하여, 청원을 계기로 임신 중절 법제도 현황과 논점에 대해 정부가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는 답변까지 받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본인 요청으로 인공 임신 중절이 가능한 국가는 25개국이며, 예외적으로 사회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4개국까지 합치면 OECD 회원국의 80%인 29개국이 임신 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임신 중절이 불법인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낙태가 합법이 되면 무분별한 관계를 맺거나, 생명 경시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낙태가 합법이 된다고 해도 여성에게 임신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며,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일부러 낙태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을 당시 결정문에 있는 합헌 의견을 보면 ‘사익인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크지 않고,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한다’고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외치는 법 앞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생명권을 위협 받고 있다. 생명을 건 여성의 결정을 언제까지 ‘사익’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이 글을 읽고 단 한명이라도 임신 중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희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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