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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만난 개척 정신] 아시아협력기구 임호식 동문 - ‘의료 봉사’ 한계 체감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삶’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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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우리 대학이 개교한 지 70주년 되는 해이다. 이 뜻깊은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경상대신문사 학생 기자들은 「개척 70년 70명의 개척인」이라는 기념 책자 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개척’과 ‘개척인’. 경상대학교를 다녔거나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 ‘개척’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것이다. 바로 우리 대학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지역 거점국립대로 자기 역할을 공고히 해 온 대학의 70년 역사와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 학생, 교수, 직원, 동문, 지역민 등 대학과 관련한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기 전, 그 시작을 누구로 삼아야 할지 제법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학생기자들은 라오스에서 ‘개척’을 실천하고 있는 동문을 만났다. 행위의 목적을 타인을 위한 선(善)에 두는 ‘이타주의(利他主義)적 삶’의 정점에 있는 임호식(1990년 의학과 졸업)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7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의 3박 4일은 그가 실천 중인 ‘개척 정신’을 다시금 곱씹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 대학 의과대를 졸업한 임호식 동문은 현재 8년째 아시아협력기구(IACD) 라오스 지부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자연스레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고 인정받고 있어요. 한국의 의사가 타국에 와서 8년째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니, 적어도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죠. 인정받은만큼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라오스가 한국보다 익숙해 보이는 사람

임호식 동문을 만나기 전 우리가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정보는 우리 대학 의과대를 졸업한 의사라는 점과 현재 라오스에서 의료 봉사를 펼친다는 것 정도였다. 그는 지난해 대학에서 수여한 ‘개척명예장’ 수상자이기도 했는데, 소위 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그가 왜 라오스에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처음 연락이 닿은 후 그는 우리의 방문에 맞춰 봉사 일정을 제법 구체적으로 잡아 주었고,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그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라오스 비엔티안 왓따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까무잡잡한 얼굴에 키 큰 사내가 우리를 알아보고 걸어왔다. 비행기 안에서 단체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냈는데, 용케 알아본 것이다. 첫 만남이었지만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봉고차에 능숙하게 짐을 싣는 그를 보면서 우리 말고도 이런 식의 방문객을 자주 맞이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라오스식 쌀국수를 파는 현지 식당이었다. 베트남식 쌀국수와 달리 라오스식 쌀국수의 면은 우동 면발 같았고 찰기가 돌았다. 제법 허기진 상태에서 국물 요리가 위안이 되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임 동문과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시아협력기구(IACD) 라오스 지부장으로서의 삶

‘라오스’의 정식 명칭은 ‘라오 인민민주주의 공화국(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 Lao PDR)’으로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크기는 한반도와 비슷하나 인구는 700만 명 정도인데 1인당 GNP(국민총생산)는 세계 최저지만 행복지수만큼은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 사람들은 아름다운 미소와 친절함으로 유명하다.


8년째 아시아협력기구IACD(Institute of Asian Culture & Development) 라오스 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임 동문은 “라오스는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라서 많은 국제기구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활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처음 그가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할 당시, 라오스 정부에서 본인에게 감시조를 붙였다고 했다.


“비슷한 일을 하는 NGO 활동가들을 사이에서 라오스는 활동하기 어려운 국가로 손꼽혀요. 특히 행정적인 측면에서 어떤 업무를 처리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특정 지역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아시아협력기구(IACD) 라오스 지부는 라오스 보리캄싸이 주의 볼리칸군과 위엥텅, 캄끗군 등을 주요 활동 지역으로 삼고 있다. 지부의 업무는 주민의 건강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정보를 수집해 각종 질병 유발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라오스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동 진료와 검진으로 주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파악된 질병을 2차로 진료하여 개인의 질병 파악과 만성 질환자 관리를 하는 것이다. 라오스 원주민을 대상으로는 주기적인 위생 교육과 치아 관리, 금주와 금연 교육 등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기초 의학 상식 교육도 한다. 이 외에도 현지인 의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도와 선진 의료 기술 전수에도 힘쓰고 있다.


아시아협력기구(IACD) 라오스 지부 사무실 앞에는 ‘의료 & 교육’이라는 우리말이 ‘Dream Center’라는 영문과 함께 쓰여 있었다. 비엔티엔에서 떨어진 시골 마을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방학이면 이 ‘드림 센터’를 방문해 공동체 생활을 하며 한국어와 영어, 각종 음악과 체육 활동 등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의료’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를 이끌 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임 동문이 속한 라오스 지부의 큰 역할이다.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자연스레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고 인정받고 있어요. 한국의 의사가 타국에 와서 8년째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니, 적어도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죠. 인정받은 만큼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 그 사람과 함께 삶을 사는 것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임 동문은 ‘의료 봉사’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었다. 강원도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2006년에 처음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이곳의 어린이들을 처음 봤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저의 어린 시절에 간 듯한 향수에 젖었습니다. 3박 4일간 400여 명을 진료했는데,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로지 구경 하러 온 사람도 많았어요. 의료 혜택이 열악한 이곳에서는 흰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조차도 낯설었던 것이죠. 더군다나 외국인이니 얼마나 신기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후 1년에 두 차례, 설날과 추석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3년간 꾸준히 라오스를 방문해 봉사 활동을 이어간 그는 결국 라오스에서의 삶을 계획하고야 만다.


“단순한 의료 봉사의 한계를 체감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이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죠. 누군가 어떤 도움을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그 사람과 함께 있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상처를 치료하고 약을 주는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즉, 기독교의 선교 형태로 라오스에서 선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를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낯선 땅에서 ‘온정’을 베푸는 삶

지난해 6월, 우리 대학 병원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라오스 어린이를 초청해 무료 심장 수술을 진행했었다. 수술 지원을 받은 판깨우(5세 여) 양은 ‘심실중격결손증’이라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였다. 이 소녀는 같은 해 2월, 경상대병원과 국제로터리 3590지구 진주선학로터리클럽이 라오스 비엔티엔 일원에서 해외 의료 봉사 활동 중 발견해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라오스에서 환자 및 환자의 가족과 함께 입국했던 임 동문은 “수술이 잘못되었을 경우의 합병증을 제일 걱정했다. 아이의 회복이 늦어질수록 그의 가족을 많이 위로해 주며 안심시키려 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계속 떠올렸다”고 이야기했다.


라오스 방문 중 우리는 판깨우 양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협력기구(IACD) 라오스 지부’라고 적힌 대형 버스를 타고 수도를 벗어난 지 4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비포장 도로, 도로 중간에 서 있는 짐승들, 가는 쪽과 오는 쪽 구분없이 뒤엉켜 있는 어수선함…. 비엔티안 외각 길을 반나절 이상 달려 버스가 멈췄다. ‘깊은 산속’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그곳은 건물보다 숲이 더 많았는데 그곳이 판깨우가 사는 동네였다. 소녀는 낯선 이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많이 수줍은 눈치였고 부모는 임 동문과 일행을 몹시 반가워했다. 임 동문은 아이 앞에서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판깨우에게 주어진 새 삶이 자기 일처럼 소중한 것 같았다.


지난해 6월, 우리 대학 병원에서 무료 심장 수술을 받은 판깨우 양과 그의 아버지이다.


‘IACD 라오스 지부’는 이동 진료와 검진으로 주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파악된 질병을 2차로 진료해, 만성질환자 관리를 하고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항상 긴장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만 봐도 나까지 덩달아 긴장하게 될 정도다. 나에게 한국은 더는 ‘안식(安息)’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의 삶은 이제 고작 8년이다. 현지인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임 동문은 NGO 활동을 하다 보면 때때로 이권 챙기기에 익숙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며 그럴 때면 일 자체에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활동을 끝까지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낯선 땅에서 온정을 베푸는 그의 삶, 그리고 열정 어린 ‘개척 정신’을 2018년을 사는 개척인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IACD 라오스 지부’의 활동 지역은 보리캄싸이 주의 볼리칸군과 위엥텅, 캄끗군 등이다.

  • 취재 임상미 강소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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