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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없다면, ‘오늘’ 무엇을 하며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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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시간을 사랑합니다. 즐거운 인생이었습니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여주인공 ‘수아’의 이야기를 다뤘다.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는 어느 날, ‘수아’가 나타나지만 자신의 남편과 아들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수아’가 다시 돌아온 기적 같은 일 속에서 수아의 남편과 아들이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느꼈던 만큼 서로는 서로에게 더 표현하고 아껴 주며 행복한 삶을 가꿔 나간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갈 무렵, ‘수아’는 자신의 일기장을 통해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수아’는 다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하루 준비해 나간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알고서 준비하고 살아가는 삶, ‘힐다잉(Heal-Dying)’에 대해 보여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딱 한 번 사는 인생 앞에서 ‘숙명’으로 만나는 죽음을 후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인생을 돌아보다 - ‘힐다잉(heal-dying)’ 체험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종교를 믿는 것도, 어떤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 뒤에는 뭐가 있을지, 그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가끔 있다. 바쁜 삶에서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상처투성이인 우리에게 각자의 ‘내일’은 어떤 의미일까. 또,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는 것이 적당할까. 소위 ‘임종 체험’이라고도 불리는 ‘힐다잉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고 상상을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 느껴봤다.

서울시의 ‘웰다잉 문화’ 조성

‘힐다잉’은 죽음을 잘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 방법 중 하나로 ‘힐링(Healing)’과 ‘죽음(Dying)’의 합성어이다. 이는 가상의 죽음 체험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삶과 죽음을 같이 생각하면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을 더 가지게 됩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웰다잉 현장 체험 시민교육’에 나섰다. 이는 ‘서울시 웰다잉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12월 김광수 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2)이 대표 발의해 제정된 이 조례안은 서울시가 웰다잉 문화 조성 종합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홍보·교육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고령자 등 시민이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임종 준비 교육과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자 한다. 웰다잉 문화 조성 사업의 서울시 올해 예산은 3500만원이며, 앞으로 웰다잉 문화 조성에 대한 인식 조사도 실시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전문가 자문 회의단을 구성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시민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죽음을 간접 체험하다

“오늘 죽음을 앞두고 계신 일곱 분, ‘인생 나침반’으로 입장하시겠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 찾아온다. 그렇기에 아무도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 죽음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오히려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삶은 죽음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여기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죽음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가 있다. 바로 ‘인생 나침반’ 죽음 체험 전시다.

한 번에 8명씩 체험이 가능한 행사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사느라 바쁘잖아요.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 끝에는 죽음이 있어요. 그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살아가면 방향성을 잘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체험에 참가한 홍지현(식사동, 30)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전시를 찾았다. 입장 전부터 대화가 없는 중년 부부와 혼자 체험을 하러 온 남성도 있었다. 입장을 앞두고 체험객들은 어쩐지 숙연했다. 70분간 진행되는 체험은 죽음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며 시작되었다. 영상은 끊임없이 죽음에 관한 여러 질문들을 던진다. 그 질문들에 대해 미처 다 생각하고 답하기도 전에 죽음은 우리를 찾아왔다. 자신을 ‘모리(Mori, 라틴어로 죽음)’라고 소개한 체험 안내원은 흔히 죽음을 앞두고 본다고 하는 저승사자와의 모습과는 달리 친절하고, 다정하게 우리를 죽음으로 안내했다.

체험 전시에 참가한 7명은 죽음을 앞두고 조금은 현실적인 준비를 했다. 각자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하고 장례식에 와 주었으면 하는 이들의 이름과 그들에게 하는 당부의 말을 적어 내렸다.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한참 헤아려야만 했다. 다른 체험객들도 마찬가지인지 모두 쉽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 중에 몇몇은 눈물을 터트려 서로 휴지를 건네줘야 했고, 조용했던 중년 부부는 이동하기 직전까지 펜을 놓지 못했다.

장례식 준비를 마치고 나면 긴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간다. 칠흑 같은 어둠이 인생이라는 긴 터널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터널을 빠져나가 체험객들은 죽음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전에 마지막 시간이 주어졌다. 가장 사랑하는, 혹은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단 한 사람에게만 편지를 써야 했다. 죽음은 우리를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편지를 반쯤 채웠을 때쯤 ‘모리’는 이제 그만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 못 채운 편지를 뒤로 하고 관 속에 몸을 뉘었다.

“5월 26일 오후 2시 42분, 여기 계신 일곱 분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사망 선고를 한 모리가 천천히 다가와 관 뚜껑을 닫았다. 희미한 파도 소리가 들렸다. 죽음의 순간에 인간은 인생의 주마등을 보게 된다고 하였던가.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떠올랐다가 파도 소리와 함께 멀어졌다. 어둠 속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다시 관이 열리고 빛이 들어왔다. 몸을 일으키고 다시 한 번 긴 복도를 걸어 들어갔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고 적힌 방안에는 시계가 가득했고, 다시 살아난 기분으로 앞으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체험은 끝났다. 우리는 여전히 인생의 나침반 속에 서 있었다.

  • 취재 임상미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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