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기 메뉴



“너 몇 살이야?” 대학 사회 ‘나이 갈등’을 말하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터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전통적인 가치는 도태되기도 하고, 발전하기도 하면서 계속 변화한다. 유교의 기본 윤리 ‘오륜(五倫)’ 중 하나인 ‘장유유서(長幼有序)’도 마찬가지다. 장유유서는 본래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말로, 어른을 공경하고 젊은이를 사랑하는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장유유서’를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해서 오히려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알바를 할 때 어려보인다고 대뜸 반말을 하는 손님이 있거나, 선배들의 군기잡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각기 다른 장유유서(長幼有序) 해석

재학생 74%, 나이 갈등 겪어

“나는 삼수를 해서 동기보다 나이가 많다. 동기들은 나이가 같은 줄 알고 반말을 하며 다가왔는데, 차마 나이를 밝히지 못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나중에 내 나이가 밝혀졌는데, 그때부터 동기들이 갑자기 존댓말을 쓰더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반말을 해도 좋으니,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나이 때문에 오히려 벽이 생긴 것 같아 서러웠다.” 자연과학대 3학년 A 씨의 말이다. 이처럼 우리 대학 내에도 나이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나이로 인한 갈등’을 주제로 우리 대학 재학생 100명에게 온·오프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다. ‘재학 중 나이로 인해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면, 그 유형은 무엇입니까?(중복 가능)’라는 질문에 ‘빠른 년생과 관련한 문제’는 24.1%(28명), ‘반말 관련 문제’는 24.1%(28명)였고, ‘기타’ 32.8%(38명)이다. 기타에 응답한 학생 22.4%(26명)는 ‘나이와 관련해 갈등을 겪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나이 어린 선배와 나이 많은 후배 간 갈등’은 19%(22명)였다.


각기 다른 셈법으로
혼란 빚어

국내에서는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는 ‘만 나이(0세부터 시작해 출생일에 나이를 더해 해가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각자 생일을 기준으로 한 살 먹는 셈법)’를 쓰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나이 셈법이 다양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12월 31일에 태어난 B 학생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된다. 다음 날에는 두 살이 되고 1년 후에는 세 살이 된다. 1월 1일 태어난 C 학생은 하루 차이로 B 학생의 동생이 되는데, 연말에 태어난 D 학생은 거의 1년 차이가 나는 C 학생과 동갑 친구가 될 수 있다. ‘빠른 년생과 관련한 문제’의 경우 위와 같은 나이 셈범 때문에 발생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다른 학년과 어울릴 일이 크게 없지만, 대학에서는 다양한 연령층과 학년이 섞이기 때문이다. “빠른 년생인데 후배가 생일이 더 빨라서 반말을 하라고 하고 싶어도 친구들과 사이에서 관계가 애매해질까 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존댓말을 써야 할지 애매하다.” “빠른 년생이라 1학년 때는 술집을 가지 못해 동기들한테 미안했는데, 2학년이 되니 1학년이랑 생년이 같다는 이유로 반말을 당했다.” 학생들이 경험한 사례는 이처럼 다양했다.

장유유서, 지나친 위계 등 부작용 있어

‘반말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교수, 직원, 학생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린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와 ‘친해진 연상 동기에게 반말을 했더니 불쾌하다는 반응이 돌아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는 경우도 있었다. 친근감의 표시로 말을 놓기도 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연장자는 쉬이 말을 놓지만 연하는 친해져도 말을 놓기 쉽지 않아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앞서 A 씨 사례와 같이 재수를 한 경우, ‘나이 많은 후배’가 ‘나이 어린 선배’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 대학 수영 동아리 ‘마린보이’는 안전이 중요한 동아리 특성상 질서가 잡혀야 통제가 되기 때문에 ‘나이’가 아닌 ‘기수’로 동아리를 운영한다. 즉, 동아리 활동을 먼저 시작한 나이 어린 사람이 선배로써 나이 많은 후배를 지도하는 것이다. 이는 나이로 인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고학년 학생들은 기수 제도에 적응을 못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학생들은 현재 한국의 나이 문화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다수의 학생들이 장유유서를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겨우 한두 살 차이로 위계를 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윗사람을 존중해 주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배려’이기에 아랫사람에게 무례한 언행 같이 무조건 편하게 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나이가 많든 적든 서로 존중하고 존댓말을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나이 권력’은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쉽게 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취재 최윤선 기자
  • - Copyrights ⓒ 경상대학교 신문방송사 -

목록

사이트 안내 및 정책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보공개
  • 네티즌윤리강령
  • 이메일집단수집거부
  • 교직원검색
  • 규정집
  • 교직원행동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