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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없다는 ‘관태기’, 그 가운데 서 있는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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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 시간이 되면 구태여 다른 사람을 찾는 대신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혼자 수업을 듣고 혼자 집으로 가는 ‘나홀로’ 학생이 늘고 있다. ‘새 학기의 설렘’은 옛날얘기가 되어버렸고 새로운 인맥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다. 몇몇 대학 동기들과의 인사도 어쩐지 서먹하다. 예전 같았으면 흔히 ‘아웃사이더’라고 불릴만한 행동이다. 과거 초라하게 비치던 ‘아웃사이더’가 주변 관계로부터 단절을 선택한 ‘자발적 아웃사이더’, 즉 ‘아싸’로 진화 중이다. 20대는 지금 ‘관태기(관계+권태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이 ‘인맥 거지’가 된 사연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의 합친 말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회의적인 상태를 뜻한다. 권태를 느낀 사람은 불필요한 인간관계 정리를 위해 휴대 전화 속 연락처 삭제로 ‘인맥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인맥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노력하던 사람들은 “지쳤다”고 말하며, ‘마당발’, ‘인맥 부자’ 대신 ‘인맥 거지’를 자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몇 달 전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친구가 제게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지 말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본래의 성격이 아닌 이른바 가면을 쓰고 타인을 대하느라 가장 오래된 친구에게까지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신을 보며 과연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친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맺어진 수많은 인연을 관리하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맥 다이어트’를 하면 가족과 주변 친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인맥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노력하던 사람들은 “지쳤다”고 말하며, ‘마당발’, ‘인맥 부자’ 대신 ‘인맥 거지’를 자처하고 있다.

내 ‘티슈 친구’를
소개합니다

복잡한 인간관계로 관태기를 앓는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바로 ‘티슈 친구’를 찾는 사람들이다. ‘티슈 친구’는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내가 필요할 때만 만나고 소통하는 ‘일회성’ 인간관계를 말하는 신조어이다. 티슈 친구를 원하는 사람들은 휴대 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함께 밥 먹을 사람을 찾고 익명 채팅방에서 대화한다.

전국 401개 대학의 시간표와 커뮤니티 기능을 지원하는 대학생 대상 앱 ‘에브리타임’의 우리 대학 게시판에는 메신저 오픈 채팅방 링크를 올려놓고 익명으로 대화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오픈 채팅으로 만난 김정엽(경영대 회계학과 2) 학생은 연락하지 않는 수백 명의 메신저 친구 목록을 정리하며 ‘인맥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맥을 유지하고, 넓히고 싶어도 시간과 비용이 고민이라는 그는 오픈채팅을 이용하면 빠르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시간에 쫓기다보니 모두 ‘나홀로 대학생활’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형식적인 인간관계는 피로를 동반하며 20대들은 더 이상 그 피로를 견딜 여유가 없는 것이다.

관태기를 두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가치가 형성되지 않은 전환기에 오는 문화적 혼란’이라는 말이 있다. 20대가 앓고 있는 ‘관태기’가 성숙한 개인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인지, 단절된 관계와 외로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인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할 때다.

  • 취재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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