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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귀천’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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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끝판이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올리고 있다. 극에 등장하는 세 부부는 아내가 남편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 여성이 사회적 우위에 서 있다는 설정은 남존여비가 만연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때에, 다분히 파격적이다.

|2017 영호남 연극제를 가다 - 극단 끝판의 ‘병자삼인’ 리뷰|


그들이 병자가 된 사연

배우의 ‘지화자’라는 외침에 관객들은 ‘좋다!’고 화답하며 극은 시작된다. 배우들의 풍물 연주에 150석 남짓한 작은 극장 안은 발끝부터 진동한다. 관객들의 설렘이 모여 만들어 낸 떨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퓨전 마당극인 병자삼인은 1912년 발표된 우리나라 최초의 희곡인 병자삼인을 재해석한 것이다. 보통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연극과 달리 무대 가장자리에 배우들이 앉아서 풍물 연주를 하며 추임새를 넣고 중간중간 극에 개입하기도 한다. 연기하는 배우들은 순서가 되면 잠시 악기를 놓고 무대 중앙으로 와서 극을 이끌어 간다.

극에 등장하는 세 부부는 아내가 남편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 여성이 사회적 우위에 서 있다는 설정은 남존여비가 만연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때에, 다분히 파격적이다. 총 3막으로 진행된 극에서 첫 번째로 등장한 부부는 함께 상경하여 임용고시를 보지만 아내는 한 번에 합격했고 남편은 낙방하여 집안 살림을 하게 된다. 그러고도 남자는 “마누라가 멀쩡히 있는데 내가 밥을 왜 하냐”며 자신은 단지 집안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등 자존심을 세운다. 최근까지도 가사 분담 문제에서 남자가 도움을 준다는 태도가 남아있어 갈등이 되기도 한다. 극에서도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남자의 말에 쌀집 아줌마는 ‘좋은 남편’이라고 칭한다. 작품은 직접 시대상을 비판하는 대신 역설적으로 희화화한 연출이 돋보였다. 귀한 종갓집 4대 독자인 남자는 밥을 해 본 적이 없어 밥을 태우기도 하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아 아내의 잔소리를 듣게 되자 귀머거리가 된 척한다.

두 번째 막에서 등장한 인물은 의사 부부이다. 하지만 남자는 돌팔이 의사로, 여자 환자들만 대한다. 이때 남자 배우는 객석에서 관객을 데려와 환자로 앉혀 놓는다. 감각 있는 관객의 응대로 다른 관객들은 모두 웃음바다가 된다. 관객이 들어왔을 때 비로소 공연은 완성되고 연극은 날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진다. 한편 여자 환자와 놀아나는 현장을 아내에게 들키자 남편은 벙어리가 된 척하며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마지막 부부는 교장인 아내와 그런 아내의 학교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남편이다. 남자는 자신의 젊음의 비결을 꽃구경이라고 말하며 기생집을 드나들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은 사회 생활이고 학교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덕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교장이라고 속이며 기생놀음을 하던 남자는 밀린 술값을 받으러 교장실로 온 기생 때문에 아내에게 이중장부를 들킬 상황이 되자 “내게 암흑이 찾아왔어”라며 장님인 척한다. 이런 멍청하고, 얄밉고, 뻔뻔한 남편들의 우스꽝스런 모습들에 관객은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웃음소리도 하나의 대사와 상황인 것처럼 1시간 30여 분의 시간 동안 현장은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결국 소박을 맞고 집에서 쫓겨나고 만 남편들은 쫓겨난 처지에도 ‘여자’들이 ‘남자’인 자신들에게 그래선 안 된다고 강한 척하지만 곧 자신들이 걱정되어 찾아온 아내들 앞에서 약해지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처럼 극은 여성과 남성 어느 쪽을 승자로 정하는 대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끝나지 않을 인생 한 편

연극을 본 관객 김정원(진주시 상대동 30) 씨는 “남녀가 편을 나눠 서로를 비하하며 싸우기 일쑤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떠올려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2017년의 병자삼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해석하기도 했다.

이 세상은 무대고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 연극 병자삼인은 무엇보다 즐거움을 추구한다. 권광훈 연출은 “부부 사이에 한정되어 표현되었지만 인생이란 연극에서 편을 나눠 잘나고 못나고를 가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 취재 사진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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