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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고 광장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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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총파업 임박, 핵심 이슈는 무엇인가 |

공영방송은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주재원으로 하여 오직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행하는 방송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MBC라는 이름 앞에는 ‘엠빙신’, ‘기레기’라는 단어들이 꼬리표처럼 붙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 체제로 이어져 온 MBC를 두고 정권을 위해 편파·왜곡 방송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했던 기자·PD에 대한 탄압이 이어었고 2012년 이후 부당 해고·징계는 71건, 본인 업무와 관계 없는 곳으로 발령난 기자·PD는 91명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다. MBC 사원들은 총파업을 위한 투표를 벌어지고 있으며 기자들은 지난 11일부터 이미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문화방송 MBC의 속사정을 알아보았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MBC 사옥 앞에서 MBC 아나운서 27명이 김장겸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방송거부 - 업무거부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

공영방송 중에서도 국민적 신뢰를 받았던 MBC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송을 하자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이춘근 PD가 긴급 체포되면서부터 위기를 맞는다. 이후 앵커가 재량껏 작성하는 클로징 멘트에서 정부를 비판한 신경민 전 앵커가 ‘뉴스 데스크’에서 하차하게 되고, 당시 주목받던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등의 프로그램도 하나둘 종영한다. ‘4대강 사업’을 다룬 프로그램은 불방되기도 했다. 이 무렵 김재철 사장은 기자·PD·아나운서 등에 대한 본격적인 징계를 단행한다. 2012년 MBC 소속 언론인들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170일간의 기나긴 파업에 돌입한다. 2013년 정권이 바뀌었지만 공영방송 MBC에는 변화가 없었다. 파업에 참여한 사원들은 스케이트장 근무나 한직으로 내몰려 있었고 세월호 참사 때는 사실 확인 없이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로켓 실험을 크게 보도해 정작 주목받아야 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은 축소, 왜곡 보도했다.

김장겸 MBC 사장은 지난 2월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거쳐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또다시 MBC 내부 구성원의 퇴진 요구를 받고있다. 그의 임기는 2020년 2월까지인데 최근 사태와 관련해 “낭만적인 파업으로 MBC의 가치를 더는 떨어뜨리지 말아 달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총파업 찬반 투표 시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총파업을 위한 투표를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다. 지난달 ‘PD수첩’에서 노동 관련 아이템을 제출했다가 노조 소속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송이 불가해진 기자들이 먼저 제작을 중단했다. 시사제작국, 콘텐츠제작국, 보도국, 아나운서국, 예능국, 라디오국 등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번 파업안이 가결되면 오는 9월 4일부터 MBC는 2012년 170일간의 파업 이후 5년 만에 또다시 파업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9일, 정치 성향,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카메라 기자의 개별 성향·등급을 분류한 MBC판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MBC 파업에 여론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MBC 사원들은 분노했고 그들은 회사 측에 등을 돌렸다. 22일에는 MBC 아나운서 27명이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사퇴를 촉구하며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아나운서들은 부당한 전보 조치와 업무 배제 등 지난 5년간 공영방송 MBC에서 있었던 일들을 직접 공개했다.


10년 전의 문화방송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허유신 홍보 국장은 “약 360여 명에게 무차별한 해고와 부당 징계, 부당 전보 명령을 내렸다. 그후 회사는 불투명하고 졸속하게 경력 사원을 대거 채용했다”며 베테랑 제작진들이 쫓겨나 MBC 저널리즘의 위상이 추락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그는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현재 카메라 기자들이 인사 배치되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올해 2월 진행되었던 사장 면접 때 기록된 속기록 내용으로 이미 그들(경영진)은 인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현재 10대나 20대들은 ‘원래 MBC가 저 모양이었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거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과거 MBC는 그렇지 않았고 이번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의 입이 트임으로써 국민의 눈과 귀 또한 열리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800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었던 MBC 노동조합(서울)은 현재 1천명이 넘는 상황이다.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MBC 제작진들이 어떤 행보를 할 것인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보다 |

끝나지 않은 질문, 10년 동안 무슨 일 있었나

현재 진행 중인 MBC 파업과 관련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지난 8월 17일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지난 10년 동안 권력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망쳐 왔는지 공영방송을 지키려 했던 수많은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다. 권력에 의해 압박을 받은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데 충실한 사람들, 즉 ‘공범자들’의 인터뷰 내용도 나타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재철 전 MBC 사장 그리고 김장겸 현 MBC 사장 등이다. 영화 속에는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책임을 서로 회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최승호 감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고 우리 사회에 변화가 생길 것 같았다.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신이 회복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공범자들’의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최승호 PD는 공영방송을 파괴한 공범자들에게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고 발뺌하거나 어이없는 대답을 하므로 관객들은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MBC의 세월호 참사 오보 내용이 나왔을 때 분노하며 슬퍼했고, 사옥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친 김민식 PD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후 김 PD의 외침에 수많은 동료들이 메아리로 응답하자 관객들은 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는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부당한 일을 당했던 언론인들의 이름이 뜬다. 이것은 마치 공영방송은 공범자들이 지배했지만, 언론인들은 여전히 그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 취재 정의정 노희은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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