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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감정, 그 속에서 찾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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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우리 대학에 학생상담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본교 학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여 그들을 좌절감에서 구해내는 역할을 목표로 한다. 학생상담센터는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해 진행해 왔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26일부터 이틀간 KB손해보험 인재니움 사천 연수원에서 진행된 ‘나를 찾아 떠나는 심리 여행(나찾심)’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학생 기자가 직접 참여해 보았다.

 
첫만남은 항상 어색하기 마련이다. 서로의 눈을 맞추며 악수 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끄러운 순간이 되었다. 하지만 ‘나찾심’ 활동에서 이루어진 3초간의 악수와 인사는 서로가 친밀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학생상담센터  집단 상담 프로그램 ‘나를 찾아 떠나는 심리 여행’ 체험 |


스스로의 가치, 스스로 발견해 보다

‘나찾심’ 프로그램의 참가자는 우리 대학 재학생 20명이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의 나’를 찾는 올바른 방법을 함께 나누었다. 이틀간 캠프 형식으로 진행된 ‘나찾심’ 프로그램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활동을 시작으로, 자신이 찾은 가치를 실현하는 가치 명료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첫째 날 학생들이 한 활동의 핵심은 목표를 설정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것이었다. 이후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활동, 하루 동안 함께한 조원을 칭찬하는 시간도 가졌다. 둘째 날에는 롭 라이너 감독의 영화 ‘버킷리스트’를 감상하고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기도 했다.

스스로의 가치를 찾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은 자기 이해를 위해 스스로를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Who am I’ 활동을 하였다. 가상의 상황을 제시해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참가자들은 서로를 인터뷰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느낀 감정에 이름을 만들어 보았고, 그러한 활동으로 일상생활 속에서는 깨닫지 못했던 감정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기도 했다.


이렇듯 자신의 가치를 찾는 활동은 차분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진행됐다. 학생들은 불이 꺼진 공간에서 LED 초의 밝기에만 의지한 채 ‘만약 내가 좌초된다면?’이라고 가정을 하고 관련한 내용을 조원들과 함께 작성하고 발표했다. 글을 쓰며 어둠 속에서 눈물을 훔치는 학생들도 있었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발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상담센터의 각종 프로그램에 보조 교사나 인턴 자격으로 참여했던 김윤아(사회과학대 심리학과 4) 학생은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자로 참여 중이다. “우리 삶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므로 어쩌면 시한부와 같은 인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너무 아쉬운 삶을 살다간 친구’가 아닌 ‘정말 멋지고 당당한 친구, 그녀의 밝은 에너지가 그립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활동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분위기가 마치 가족처럼 따뜻해서 위로를 받았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첫 만남에 어색할 틈도 없이 3초간 악수를 하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활동을 할 때면 참가자 모두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았고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즐거움이 느껴졌다.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며 안부를 나누는 것은 때때로 어색하고 부끄러운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동가람(공과대 건축학과 4) 학생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짧은 순간에도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이면의 나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어요. 이런 모습이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번을 기회로 저를 더욱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떠올려 보다

모든 프로그램은 조원과 함께하는 것이 많았다.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조원끼리 함께 완성하는 ‘공감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 활동은 상담사의 내레이션에 맞추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상상하며 시작했다는점이 특이했다. 3분 가량의 상상이 끝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려내지 못한듯 했다. 다른 학생들의 그림을 살펴보면 단순히 어떤 풍경만 그린 학생도 있었고, 백지로 다른 조원에게 넘긴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조원들의 손을 거쳐 돌아온 각자의 도화지에는 각자 머릿 속에 그렸던 행복했던 순간이 비슷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버킷 리스트 작성은 마지막 활동이었다. ‘죽다’는 뜻의 영어 숙어인 ‘Kick the Bucket’에서 유래된 말로 ‘죽기 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만든 목록’을 일컫는 ‘버킷 리스트’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평소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적어 보지 못했던 1년 후, 5년 후, 길게는 10년 후까지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순간 많은 참가자들은 작성에 신중을 기하는 듯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정리해서 쓰려니 생각보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직은 낭만적인 꿈을 가지고 있어도 될 대학 시절이지만 참가자들은 쉽게 미래를 그려 내지 못하였다. 학생들은 부족하게나마 그린 자신의 미래를 입 밖으로 내보이는 시간을 가지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첫째 날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하루동안 겪은 조원들을 칭찬하는 시간을 가졌다. 칭찬을 주고 받는 것이 낯간지럽긴 했지만 각 조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신의 결핍 찾기,
대학 시절 가장 중요한 활동

“‘나찾심’을 통해 각자 결핍된 부분을 참가자들이 서로 채워 주고, 스스로 개선할 점을 살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하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나찾심’ 프로그램을 주최한 학생상담센터 센터장 김장회(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 진출의 바로 전 단계인 대학을 다니면서 스스로의 성격적, 심리적 특성을 성찰해 보고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올바른 길로 인도받지 못한다면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성격 패턴 가운데 잘못된 부분도 함께 사회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참가자 대부분은 주로 심리학과 학생들이거나 그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신청하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김장회 센터장은 프로그램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다양한 학생들에게 홍보가 되어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학생 상담센터의 부족한 상담 인력에 대해 행정적인 부분과 효율적인 부분을 생각해 전문 상담사 인력을 보충하여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대학 생활 중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또는 자신을 돌아보고 한 뼘 더 성장하고 싶다면 학생상담센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확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 취재 사진 정의정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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