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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당신은 잘 극복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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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범죄 중 이른바 ‘분노범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수리 기사를 살해하고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작업 중인 노동자의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홧김에 그가 매달린 밧줄을 절단해 버리기도 했다. 헤어진 뒤 선물한 옷을 돌려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던 전 여자친구를 야구 방망이로 때린 사건 등 최근 ‘분노’를 이유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은 모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발생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분노범죄’라고 지칭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군가가 저지를지도 모르는 분노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분노범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 끊임없이 발생하는 ‘분노범죄’와 ‘분노조절 장애’ |

계속 증가하는 ‘분노범죄’, ‘분노조절 장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6년 습관 및 충동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937명에서 5920명으로 5년 새 19.9% 증가했다. 분노·욕구에 의해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습관 및 충동 장애 환자가 몇 년 새 20%나 증가한 것이다. 이제 분노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표현조차도 생소한 분노범죄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화를 참지 못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두르거나 무차별적으로 하는 폭행을 뜻한다. 이러한 분노범죄를 보도하는 기사에는 ‘분노조절 장애’라는 단어가 원인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면 분노범죄의 원인 중 하나인 분노조절 장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 이서윤 상담 전문가(정신보건전문요원 1급, 임상심리전문가)는 “엄밀히 말해서 정신의학 진단 체계에 ‘분노조절 장애’라는 진단명은 없다. 다만,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서 간헐적 폭발 장애, 적대적 반항 장애, 파괴적 기분 조절 부전 장애, 양극성 장애, 경계선 인격 장애로 알려진 질환은 분노 증상을 진단 기준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며 “그중 간헐적 폭발 장애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분노조절 장애와 가장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의 핵심 증상은 공격적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반복적인 행동 폭발이다. 이는 언어적 공격성이나 신체적 공격성(재산 손실, 동물 및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는 수준)이 3개월 동안 평균 주 2회 이상 우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혹은 재산 파괴나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수준의 폭발적 행동이 12개월간 3회 이상 충동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유의미한 기능 저하가 있으면, 만 6세부터 진단할 수 있다.

분노범죄에는 충동적인 공격성이 보이는데, 충동적인 공격성은 유전이나 신경·생물학적 요인과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방임이나 학대, 외상과 같은 후천적인 요인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분노조절의 어려움에 대한 원인은 유전·생리학적 원인과 함께 환경적 요인도 관련된 것이며,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서윤 상담 전문가는 “특히 대학생들이 우발적인 공격 행동을 하는 경우 대부분 간헐적 폭발 장애의 수준보다는 상황적 스트레스로 생긴 심리적 적응 문제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며 “대학생은 청소년 후기부터 성인 초기에 속하므로, 성인 후기에 비해 심리적 특성의 변화나 개선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 이른바 ‘분노조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식 및 감정 조절 기술을 익히고, 정서 교양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위해 헬스트레이닝을 받고 운동하는 것처럼, 정신 건강 역시 상담 전문가와 함께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200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분노의 방(Anger Room)’이 최근 국내에도 도입되어 스트레스 해소 방, 일명 ‘레이지 룸(Rage Room)’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이용자가 야구 방망이로 물건들을 부수는 것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일상생활 속 분노, 안전한가?

그렇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은 분노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얼마나 표출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학생 총 130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일상생활 및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자주 화를 낸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4.6%(71명)가 ‘거의 화를 내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그 뒤로 ‘일주일에 2~3회(화를 낸다)’는 28.5%(37명)로 나타났고, ‘일주일에 4~5회’는 11.5%(15명), ‘매일 낸다’는 5.4%(7명)로 나타났다.

‘왜 화를 내는가?’라는 물음에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모르는 채로 화를 낸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려서, 또는 의사소통의 문제로 화를 낸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의 팀이 게임을 너무 못해서 화를 내기도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우리 대학 황수민(농업생명과학대 농업식물과학과 1) 학생은 “분노조절 장애는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또 공동체 생활 중 개인적인 결핍이 해소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음식을 먹거나 컬러링북에 색을 입히기도 한다. 그중 200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분노의 방(Anger Room)’이 최근 국내에도 도입되어 스트레스 해소 방, 일명 ‘레이지 룸(Rage Room)’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광주와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문을 연 스트레스 해소방 안에는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접시와 컵, 프린트기 등의 가전 제품과 마네킹이 놓여 있으며 물건을 부수기 위한 도구로 야구방망이, 망치, 골프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스트레스 해소 방이 오랜 시간 화를 참아온 사람들의 분노를 배출할 수 있는 배출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단순히 무언가를 파괴하는 행위는 분노에 무뎌지고 물건을 부수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밖에 안 된다는 등 부정적 의견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방에 대해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정명희 객원 상담원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스트레스 해소법이고 잠깐 분노를 회피하는 주위 분산적 방법일 뿐 축적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방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건강한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자신의 상황을 잘 들어 줄 수 있는 주변 사람이나 상담원에게 이야기를 하며 상황을 되짚어 보는 ‘체험적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상황에 따른 자신의 감정 변화와 그 상황을 스스로 해석해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알아보는 ‘인지적 방식’,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분노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심리 건강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 취재 노희은 정의정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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