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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평화기림상, 시민 4200명의 소망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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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절 부산에서는 시민 단체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의 주도로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라는 주제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여러 공연과 발언을 통해 담당 구청에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외교부를 규탄하고 동구청의 적극적인 관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진주 지역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진주지역 기림상 건립 추진위원회’ 주최로 ‘평화기림상’ 제막식이 열렸다. ‘평화기림상’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진주 위안부 기림상은 진주 시민 4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 7800여 만원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3월 1일 오후 2시 진주시 중앙동 진주교육지원청 앞길에서 열린 평화기림상 제막식의 현장에 다녀왔다.




시민들과 함께한 ‘꽃길’ 행진

“아저씨, 저도 깃발 좀 주세요.”

제막식이 시작되기 전 진행되는 행진을 보기 위해 진주교육지원청에 도착했다. 현장은 행진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깃발을 들고 행사에 참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흰머리 지긋하신 어르신들부터 유치원에 다닐 법한 어린아이들까지 노란 배경에 보라색 나비가 그려진 깃발을 손에 꼭 쥐고 행진의 긴 줄을 따라 걸었다. 행진에 나선 사람들 줄 맨 앞에는 ‘독립’, ‘해방’이라고 적힌 깃발이 휘날렸고, 그 뒤로는 징과 꽹과리 장구와 북을 든 풍물 단원들이 흥을 돋우며 나아갔다.

행진에 참여한 우리 대학 풍물패 연합 조우정(인문대 철학과 4) 학생은 “기림상이 진주에 세워진 것, 특히 지자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뜻깊은 행사에 풍물패 연합으로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행진 행사는 경남 사천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공동체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이끌었다. 이곳의 대표 이규희(37) 씨는 “전국 곳곳에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진주에는 교육지원청 앞뜰에 세워진다. 이는 미래의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며 그 의미를 이야기했다.


행진 중에는 ‘꽃길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이는 시민들이 하얗고 긴 천 조각 위에 꽃을 뿌리며 걷는 것이다. 행진 내내 바람이 불어서 빨간 꽃잎은 깔아둔 천 조각 위뿐만 아니라 길바닥, 또 곁에 세워진 차 위로 흩날리기도 했다. “당연히 알아야 할 역사이기에 동참했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이기도 해서 자식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어요.” 딸의 손을 잡고 행진에 참여한 임병재(46) 씨의 말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중에는 유독 자식과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많았다.




아픈 역사 잊지 말자,
시민 자발적으로 기림상 세우다

평화기림상 제막식이 진행된 진주교육지원청 앞에는 초등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에게 적은 편지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은 손으로 색칠했을 여러 그림과 편지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몇 학년 몇 반…’으로 시작하는 아이들의 손 편지들 중 ‘힘든 일을 겪고도 후손들이 비슷한 일을 또 겪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어요’라는 내용의 글을 읽으니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이라는 게 절로 느껴졌다.

현장 한 편에서는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전개 중인 진주 평화나비 팀에서 모금 운동과 블루밍 팔찌 판매를 진행했다. ‘그들의 희망을 당신과 함께 꽃피움(Blooming their hopes with you)’이라는 문구가 쓰인 팔찌는 ‘블루밍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대학생들이 제작과 판매에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의식 팔찌’라고도 불린다.

진주 평화나비에서 활동 중인 우리 대학 이주현(인문대 사학과 1) 학생은 “전공이 사학과라서 역사의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기에 위안부 문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고 학생 신분으로 도움을 전할 방법을 찾다가 평화나비를 알게 되어 오늘 행사까지 참여하게 되었어요”라며 행사 참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본 행사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다’고 말한 위안부 할머니의 말을 인용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기념사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살풀이와 퍼포먼스, 유치원생들의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됐다. 박 교육감은 “평화 기림상 건립 부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 진주교육청에 세우도록 했다”라며 “내년에 도교육청 앞마당에도 평화 기림상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 땅의 평화를 빕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는 유치원생들의 공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미래 세대가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 낭송도 진행되었는데, 진주 진양고등학교 류채영 학생이 담담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학생들 중에는 분명 위안부와 관련된 문제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우리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 행사가 끝나고 난 후 제막식이 이루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내빈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평화기림상 주변에 모였다. 이윽고 노란색 풍선이 하나둘씩 하늘 위로 일렁이며 올라갔고, 마침내 평화기림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청동으로 제작된 이 기림상은 단발머리에 얼굴은 살짝 돌리고 서 있는 형태다. 오른손은 주먹을 꼭 쥐고 있고 왼손에는 새 한 마리를 들고 있다. 살짝 돌린 얼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로 끌려가 원치 않은 삶을 산 것을 의미하며, 꼭 쥔 주먹은 일본의 사죄를 반드시 받아 내겠다는 굳은 의지, 왼손의 새는 평화를 염원하는 것을 뜻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평화기림상이 제 모습을 드러낸 뒤,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옆 사람의 손을 잡고 민요 아리랑을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 그리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 없이는 제대로 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직접적인 피해자의 개입 없이, 각 국 장관들에 의해 이루어진 합의가 진정한 합의라고 할 수 있을까?


  • 취재 사진 노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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