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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광장에 나서 호소와 항의의 목소리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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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기계화로 거의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이면 농촌은 가을걷이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민들의 가을은 겨울처럼 춥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 씨 사건에 분노하며 분향소를 세워야 했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향한 마음을 트랙터에 실어 ‘전봉준 투쟁단’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진주 지역에서는 쌀값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나락 적재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농민들의 사회적 움직임과 그들이 ‘광장’에 나서게 된 이유를 알아보았다.



지난 11월 15일부터 ‘전봉준 투쟁단’은 ‘박근혜 퇴진! 쌀값 보장’이라는 깃발을 꽂은 트랙터 등 농기계와 화물차 1000대를 동원해 경남 진주(동군)와 전남 해남(서군)에서 출발했다.

쌀값 폭락 분노, 농민 하나의 목소리를 내다

농민이 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에는 쌀값 폭락이 있다. 최근 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3만 톤 줄어든 419만7000천 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흉작으로 401만 톤이 생산됐던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생산량이 줄었지만, 소비량도 급감해 현재 쌀값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20kg 정곡 기준 3만2337원, 80kg 기준 12만9348원으로 21년 만에 가장 낮다. 80kg 한 가마니 기준 가격이 13만 원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0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불만을 토로하던 농민들은 거리로 나와 그들의 요구를 외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당시 민중총궐기에 나섰던 농민 고(故) 백남기 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망한 이유에 대해 국가의 폭력에 의해 죽었다는 의견과 병사했다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병원 측에서 밝힌 사인은 ‘병사’였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국가 폭력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그를 추모하는 농민 분향소가 세워지기도 했다.

“정부가 폭력을 휘둘러 가 그리된 거 아입니까.” 진주시농민회 정대식 사무국장은 백남기 농민 사건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사건 발생과 함께 분노한 진주 지역 농민들도 지난 9월 29일 상대동 옛 진주교육지원청 앞 시민 분향소 설치에 함께 나섰다. 당시 경남 도내에는 진주를 포함해 창원, 함양, 통영, 고성, 의령, 하동, 함안, 산청 등 10곳 넘는 곳에 시민분향소가 설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결성한 ‘전봉준 투쟁단’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전봉준 투쟁단’은 지난 11월 15일부터 ‘박근혜 퇴진! 쌀값 보장’이라는 깃발을 꽂은 트랙터 등 농기계와 화물차 1000대를 동원해 경남 진주(동군)와 전남 해남(서군)에서 각각 출발해 전국을 순례한 뒤 11월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5차 촛불 집회에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시속 20∼30㎞의 속도로 일주일 이상 서울을 향해 줄지어 달리는 트랙터의 모습은 진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쌀값 폭락과 농민 백남기 씨 사망, 국정 농단에 분노한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표출됐다”고 평했고 ‘제2의 동학농민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전봉준 투쟁단’은 11월 25일에서야 서울 외각에 도착했으나 서울 진입에는 실패했다. 수많은 차량이 도심 한복판에 몰리면 극심한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며 경찰이 농민대회 금지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 전농은 서울행정법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농민들의 집회를 전면 금지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경찰은 깃발이나 현수막을 단 농기계들을 미신고 시위도구로 간주했고, 행진은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 행위로 판단해 이들의 서울 진입을 차단했다.

‘전봉준 투쟁단’의 동군으로 나선 진주시농민회 회원들도 트랙터 행진에 동참했다. 정대식 사무국장은 “법원에서는 트랙터 시위를 허가해 주었는데 경찰이 상경 도중 길목을 막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트랙터를 두고 상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이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차후 법정 투쟁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곳곳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 에 맞아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 씨 추모 분향소가 마련 되었다.


진주 농민, ‘나락 적재 투쟁’ 벌여

전국적인 농민들의 투쟁과 함께 진주 지역 농민들도 성난 민심을 드러냈다. 지난달 11일 쌀값 대폭락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진주시농민회 회원들이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나락을 쌓으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한 가마에 40kg인 나락 880여 가마를 진주시청 앞 광장에 쌓으며 ▲농업 파탄, 농민 말살, 국정 농단, 고(故) 백남기 농민 폭력 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박근혜 부역 새누리당 해체 ▲고(故) 백남기 폭력 살인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쌀값 대폭락에 대한 쌀 수입 중단, 정부 수매 확대, 대북 쌀 교류 실시 등 대책 요구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산물 가격 실현을 주장했다. 아울러 지자체에는 ▲경상남도 벼 경영 안정자금 인상 ▲진주시 쌀값 대폭락 대책을 위한 쌀 재배 농업인 소득 지원 보조금 인상 ▲진주시 농업인 생산비 보장 지원을 요구했다.


현재 국내 쌀 생산량과 소비량은 약 400만 톤 정도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으로 쌀 수입이 시작된 1994년 이후 첫 해는 총 소비량의 5%를 수입했지만, 2004년 재협상 이후 현재는 10%로 그 비율이 증가했다. 2014년 정부는 WTO와의 협상 과정에서 쌀 관세율을 513%로 확정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관철되지 않고 있다.


정대식 사무국장은 “쌀 의무 수입 물량 40만 톤 중 밥쌀용이 12만 톤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쌀 수입이 이루어져 국내 쌀값은 계속해서 내려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고, 현재 쌓여 있는 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주시농민회와 함께 ‘나락 적재 투쟁’에 참여한 진주시여성농민회의 박현주 사무국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확대로 쏟아져 들어오는 저가 수입 농산물이 농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1년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안정적인 농사는 농민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 정책이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촌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1일 쌀값 대 폭락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진주시농민회 회원들이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나락을 쌓아놓고 ‘나락 적재 투쟁’을 벌였다.

  • 취재 안지산 노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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