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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빔밥과 헛제사밥] 정성과 전통으로 전하는 맛



안동하면 찜닭, 춘천하면 닭갈비, 통영하면 충무김밥처럼 각 지역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과 맛이 있다. 그렇다면 진주의 역사와 함께해 온 전통 음식, 맛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는 진주 지역의 긴 역사만큼이나 깊은 맛을 가진 두 음식을 만나보았다. 진주비빔밥과 헛제사밥이 말하는 진주의 맛과 전통의 역사를 들어보자.



화려한 고명, 진주비빔밥
진주에는 비빔밥과 냉면, 헛제사밥 등 특색 있는 전통 음식들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이 연원은 ‘기방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진주는 과거 경남의 대도시로 인적 교류가 풍부한 곳이었다. 활발한 인적 교류 때문에 사람들이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기방이 생겨났다. 더불어 기방에서는 남강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패류와 산채 음식을 바탕으로 특색 있는 기방 음식이 발달했다. 많은 기방 음식 중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진주비빔밥은 처음부터 대중들이 다 함께 맛본 음식이 아니었다. 과거의 비빔밥은 기방에서 선비들의 주안상에 곁들여 올렸던 음식이었다. 맛과 모양이 뛰어난 진주비빔밥은 시간이 흘러 바쁜 현대인의 여건과 맞물려 진주 지역 명물로 자리 잡게 되어 널리 사랑을 받았다.

1929년 간행되었던 <별건곤>이란 잡지에서는 진주비빔밥을 ‘하얀 쌀밥 위에 색을 조화시켜서 날아가는 듯한 새파란 채소 옆에 고사리나물과 숙주나물을 놓는 방법으로 가지각색 나물을 둘러 고기를 잘게 잘라 끓인 장국을 붓고 황청포 서너 사슬을 놓고 육회를 곱게 썰어 놓고 입맛이 깔끔한 고추장을 조금 얹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진주비빔밥은 놋그릇의 빛깔과 밥, 다섯 가지의 나물이 꽃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이 때문에 혹자는 진주비빔밥을 꽃밥 혹은 칠보화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려한 고명으로 보기도 좋고 그 맛도 일품인 진주비빔밥은 여타의 비빔밥과 무엇이 다를까? 진주 향토음식문화연구원 정계임 원장은 “진주비빔밥이 일반 비빔밥과 다른 것은 ‘속데기 무침’이 들어간다는 거예요. ‘속데기’는 돌김과 비슷한 해조류인데 이를 살짝 구워 쪽파 데친 것과 함께 무친 것을 말하죠.”라며 진주비빔밥의 특징을 설명해주었다.

전통 진주비빔밥의 또 다른 특징은 ‘보탕’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보탕’은 일종의 천연 조미료이다. 소고기와 참바지락, 마른 홍합을 다져 참기름에 볶아 피문어 삶은 물을 붓고 자작하게 끓여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춘 것이다. 이처럼 진주비빔밥은 그 맛을 위해 손이 많이 가는, 정성으로 완성된 요리이다.

진주비빔밥이 첫선을 보인 것도 어느덧 40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세월의 깊이와 무게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다. 진주시의 지원 아래 ‘진주비빔밥 축제’를 여는가 하면,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제일 식당, 천수 식당, 천황 식당 등이 진주비빔밥의 전통과 맛을 온고지신의 자세로 이어가고 있다.

정계임 원장은 “비빔밥 하면 사람들이 전주비빔밥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진주비빔밥의 맛과 그 멋은 전주비빔밥에 결코 밀리지 않아요. 사람들이 전통 음식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길 바라요.”라며 진주비빔밥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거리 곳곳의 식당에서 각양각색의 먹거리들이 우리의 발길을 잡는 이때, 전통과 맛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진주비빔밥을 먹어 보는 것이 어떨까?

재료 본연의 맛, 헛제사밥
헛제사밥이 전통 음식으로 보존되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안동과 진주, 대구이다. 세 지역 중 진주에서 헛제사밥이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구전으로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내려온다. 첫 번째 설이 흔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쌀이 귀했던 시절 선비들은 드러내놓고 밥을 먹지 못했다. 밤에 되면 출출했던 선비들이 남에 눈을 의식하면서도 배를 채우기 위해 있지도 않은 헛제사를 지내고 제사를 지낸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진주 출신의 시인 고(故) 설창수 선생이 생전에 말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진주 제사밥의 맛이 너무도 뛰어나 유생들뿐 아니라 궁중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그 맛이 워낙 소문이 나다보니 진주관찰사가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이 진주의 제사밥이었다. 관찰사는 먼저 아전에게 제사밥을 차려오게 했는데, 아전이 처음 차려온 제사밥을 본 관찰사는 불같이 화를 낸 뒤 다시 차려오게 한다. 그 이유는 아전이 차려온 상에는 제사에서 피웠던 향냄새가 배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헛제사밥이란 이름이 생겨 났다. 이러한 일 이후로 진주에서 제사밥을 차릴 때는 필히 향을 피우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진주 전통 비빔밥이 그 명맥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판매되는 것과 달리 이처럼 재미난 사연을 가진 진주 헛제사밥은 그 맛과 전통을 기억하고 맛볼 수 있는 곳이 ‘진주 헛제사밥(경남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 1121)’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한동안 명맥이 끊기기도 했다. 끊기려던 명맥이 다시 이어진 것은 이명덕 헛제사밥 명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헛제사밥 명인이자 ‘진주 헛제사밥’의 이명덕 사장은 “어머니 시절부터 3대째 헛제사밥을 만들어 왔어요. 만들어 오기는 50여 년이 훌쩍 넘었는데, 자리를 잡고 한 것은 82년도부터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주는 과거 바다와 산이 가까우며, 남부에 있어 해물과 채소, 육류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진주 헛제사밥에는 생선과 해물, 채소들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여느 제사 음식이 그렇듯 고춧가루와 마늘 등 자극적인 양념을 요리에 사용하지 않는다. 가령, 비빔밥을 먹을 때는 고추장을 사용하는 대신 탕국을 넣어 버무려 먹는다. 이처럼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는 이유는 양념 때문에 각각의 요리가 가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전통 음식이 본연의 빛을 발하고, 그 빛이 유지되려면 사람들이 기억해 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맛과 음식을 찾는 것도 중요한 식도락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듯 민족의 전통 음식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긴다면 진주비빔밥과 헛제사밥이 앞으로도 그 전통과 맛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위 출처 진주비빔밥 칠보화반 이야기 중, 사진 아래 출처 디지털 진주문화 대전에서

  • 한영석 기자()
  • ※ 이 기사의 저작권은 경상대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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